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오전, 미국 순방 이후 처음으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사저 문제는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면 재검토해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땅 명의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도 "내 앞으로 돌리라"고 '지시'했던 이 대통령이 이번에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결론을 내라'고 떠넘긴 것에 대해선 뒷말이 따를 수 있다.
이번 내곡동 파동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인종 경호처장은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말 그대로 '전면 재검토'다. 일점 일획 더 붙일 말이 없다"면서도 "모든 것을 열어놓고 보는 것이니, 논현동으로 돌아가는 것도 포함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형 씨 명의가 대통령 앞으로 옮겨졌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기간이 짧지 않았냐"면서 "그 문제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쨋든 각종 실무적 절차는 조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이 공개한 내곡동 사저 터 철거 이전 모습, 청와대는 이 건물의 가치가 0원이라고 주장했었다. ⓒ민주당 |
내곡동 사저 문제는 지난 8일 <시사IN>과 <시사저널> 등 주간지 보도로 촉발된 이후 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내곡동에 땅을 샀다"고 말해 공식화 됐다. 이후 명의 신탁 여부, 자금 출처 적절성 논란, 경호 부지 규모 문제 등 갖가지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미국 출국 당일인 11일 "아들 이름으로 된 땅을 내 앞으로 돌려라"고 지시했지만, 대통령 방미 이후에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장 재보선 악영향을 우려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이 "재검토를 건의하겠다"고 압박을 가했고 결국 이 대통령이 논란 발생 10일 만에 백기를 든 것.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을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김인종 경호처장도 안팎의 비난에 직면했고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같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해서 논란이 바로 잦아들 것 같진 않다. 복잡한 지분 구조로 엮인 이 땅이 단 시일 내에 깔끔하게 처분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야권은 이미 국정조사를 공언하고 있다.
땅 매입 과정과 경과에 대해 더 정확히 짚어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인종 처장을 둘러싼 여러 잡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선 "돌이킬 수 없는 레임덕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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