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시 못 할 현상이다.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나경원 후보가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흐름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보수층의 결집일까? 아니면 중도·무당파층의 이탈일까?
수치만 놓고 보면 보수층의 결집에 따른 흐름 같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과 같이 진영대결의 성격을 띠었던 역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46% 안팎이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47.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층이 거의 포화상태로 결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수치의 총량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수치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 박원순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빠져버렸다. 한때 50.6%에 달했던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6%포인트 넘게 빠져버렸다. 이렇게 빠져나간 사람들을 보수층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안철수 원장 때문에 유입됐던 사람들, 즉 반한나라·비민주의 성향을 가진 중도·무당파층이라고 보는 게 맞다. 충성도는 떨어지는 반면 이슈 민감도는 높은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보면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뜨리는 박원순 후보와 관련한 의혹이 충성도가 높지 않은 중도·무당파층을 자극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네거티브 공세 행태의 정당성과 네거티브 공세 내용의 정합성과는 무관하게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챙긴 최대의 효과는 프레임 전쟁에서 주도권을 쥔 점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박원순' 프레임으로 짬으로써 '반MB' 또는 '반오세훈' 프레임을 차단한 점이다. 더불어 서울시장 보선을 심판의 장으로 만드는 걸 방지한 점이다.
이러다보니 박원순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의 성격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MB정권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 연장선에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 놓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워 안철수 원장에 열광했고, 나아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무당파층의 정서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박원순 후보는 중대한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가 중도·무당파층의 이탈이라면, 거꾸로 보수층의 결집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늘부터 선거 지원에 나서는 박근혜 의원의 행보에 따라 나경원 후보가 더 치고 올라가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넓고 커질 것이다. 박원순 후보가 '박원순' 프레임을 깨지 못하는 한, 다시 말해 '반MB' '반오세훈' 프레임을 짜지 못하는 한 박근혜 의원의 보폭은 넓어질 것이고, 그 행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때마침 들려온다. 박원순 캠프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럴 만하다. 대응하면 할수록 '박원순' 프레임은 커지고 강해진다. 진실공방이 가열될수록 유권자의 눈은 '박원순 의혹'에 고정된다.
박원순 캠프가 유권자의 시선을 돌릴 참이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챙길 수 있는 최고의 프리미엄은 '심판'이다. 유권자들이 MB정권의 실정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을 심판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심판 이후 나아가야 할 시정방향이 뭔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정책선거로 가야 하고, 정치선거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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