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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미투'가 몰고 온 '페미니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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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미투'가 몰고 온 '페미니즘' 바람

상명대 페미니즘 소모임 '보꾸'…"여성은 성적 객체가 아니다"

상명대 페미니즘 소모임 '보꾸'가 제작해 판매한 제품들. 판매수익은 저소득층생리대기부사업에 사용된다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불이익과 부당함을 공유하다 소모임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페미니즘 소모임 '보꾸' 회원 차혜빈씨(21·여) 씨는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관련 책과 영화들을 하나 둘 찾아보다 지난해 상명대 내 첫 페미니즘 소모임도 만들었다. 정식으로 동아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어 모인 회원수는 이제 20명을 훌쩍 넘었다.

첫 모임은 단순히 자신들이 겪어온 성차별과 성폭력등을 공유하는 자리로 시작됐다.

차씨는 "페미니즘을 통해 성차별적 문제를 인식하면서 여자로서 사회에서 부당하게 당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며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페미니즘과 관련한 책과 영화 등을 공유하며 토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가에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초 시작된 대학가 미투(#me too) 운동은 이제 '관습화로 굳어온 우리사회의 성적 차별과 피해는 변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전환 돼 페미니즘으로까지 번졌다. 여성혐오형 범죄가 사회전반에 잇따르자 성차별을 자각하게 된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젠더 감수성 높이기에 나서는 것이다.

또 다른 회원인 황혜원(22·여) 씨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강남역 살인 사건과 여성 차별을 몸소 겪으면서부터다. 황씨는 "왜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자의 표적이 돼야 했는지 깊이 고민을 하게 되면서 일상에서도 불편함을 하나둘 느끼게 됐다"며 "특히 영화학과 특성상 방학에 촬영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된 경험도 부당한 성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들 페미니즘 소모임은 지난 11~12일 열린 대학 축제에 판매부스를 차리고 페미니즘과 관련된 스티커와 브로치 등 판매하며 첫 얼굴을 알렸다. 준비한 상품은 단시간에 모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판매 수익금은 저소득층을 위한 생리대 기부에 사용 할 예정이다.

'보꾸'의 대학 축제 판매 부스. 교내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이름을 두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모임 '보꾸'의 뜨거운 관심은 곧 이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보꾸'는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에 '꾸러기'를 붙인 합성어다. '보꾸'에 대한 논란은 곧 악플로 이어졌다. 대학 내 온라인 게시판은 소모임 이름과 관련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쏟아졌다. 대부분 성적인 욕과 희롱이 담긴 음담패설이 주류였다. 상황이 이렇자 '보꾸'는 18일 온라인 게시판에 명칭과 관련한 성명서를 게시했다.

이날 게시 된 성명서에는 "오랜 역사동안 한국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성기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러운 것으로 받아 들여왔다"며 "이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는 현상으로 상대적으로 여성의 성생활이 억압돼오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 또한 터부시되어 왔다는 것을 잘 알게 해준다. 이런 현실에 맞서 미국에서는 여성들의 성적 해방을 추구하기 위해 성기를 주제로 한 여성이 상연시간 내내 독백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라는 연극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XX’는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단어를 남발하는 것은 여성 자신이 아니다. 사회전반에 걸쳐 ‘XX’는 여성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단어는 발화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남성이 저속하게 사용하는것과 여성이 단어 본래의 뜻을 찾기 위해 발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모임의 취지와 활동 등과 관련없이 이름만을 가지고 SNS상에서 성적인 욕을 담은 음담패설 공격이 지속됐다. 성명서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라며 "여러 의견을 나누는 것은 환영하지만 정체성을 훼손하는 인격적 모욕, 성희롱성 댓글은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소모임에 참여하는 박수진(여.22)씨는 "아직 우리는 우리가 가는 방향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성의 옷차림이 조금만 가벼워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 몰카 범죄 우려로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현실 등 여자들이 평소 겪는 불편함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그 속에서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것, 그래서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 우리 소모임이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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