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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민주당이 꽃을 피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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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민주당이 꽃을 피우려면

[김종배의 it] 박영선의 '선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두 마디의 말부터 감상하자. 서울시장 보선 야권 통합후보 선출을 위한 현장투표가 열린 장충체육관에서 쏟아진 말들 가운데 추린 두 마디다.

민주당 조직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한 인사가 말했다. "오전에는 우리가 (사람들을) 동원했다. 민주당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후에 젊은 사람들이 밀려들어 왔고, 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원이 말했다. "정당 정치가 업그레이드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자식을 채찍질하는 마음으로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 두 마디 말에 녹아있다. 제1야당 민주당이 패한 이유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번엔 평을 감상하자. 비록 박원순 변호사에게 패했지만 예상을 깨고 선전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에 대한 평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가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서 경선 내내 잘 싸웠고, 이번 경선 최대의 흥행 메이커로 활약했다.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말했다. "패배는 뼈아플 정도로 아쉽지만 박원순 변호사와의 격차를 크게 줄인 것은 박영선 의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했다.

이 두 마디 말에 담겨있다. 제1야당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대로 담겨있다.
▲ 서울시장 보선 야권 통합후보에 나섰던 세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민주당은 왜소하다. 신규고객을 유치하기는커녕 단골마저 빼앗길 정도로 고사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자초한 일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보여온 갈짓자 행보의 결과다. 핏대 올리며 싸울 듯 하다가도 결국엔 무릎을 꿇고, 배수진을 친 듯 하다가도 낮은 포복으로 임한 결과다. 이른바 '선명야당'과 '대안야당'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끊임없이 좌충우돌한 결과다. 그 결과가 신뢰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민주당은 늙었다. 정당 가운데 의원 평균연령이 가장 많은 연로정당이다. 비록 원한 건 아니었지만, 유권자가 그렇게 만든 결과이지만 아무튼 노쇠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색깔은 회색이다. 나이 든 의원이 많은 만큼 개혁성과는 거리가 먼 의원도 많다. 지역 기득권에 안주하고 관료 경험에 매몰된 의원이 수두룩하다. 이런 의원들이 신뢰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한다.

그런데도 꽃을 피웠다. 마른 고목이 꽃을 피우듯 대중에게 먹혀들 인물을 내놓았다. 박영선 의원의 선전이 이런 경우다.

박영선 의원은 코드가 맞았다. 시대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의정활동을 보여왔다. 그가 의정활동 내내 부르짖었던 재벌개혁과 검찰개혁이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근본문제와 맥이 닿아있었다. 그래서 호평 받을 수 있었다. 신뢰의 위기에 빠진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무시 못 할 기세를 보일 수 있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었으면 더 큰 선전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민주당이 살 길은 달리 없다. 박영선 개인의 선전을 당의 선전으로 전환하는 길 밖에 없다. 박영선의 가능성을 당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려면 바꿔야 한다. 체질 개선을 통해 신뢰지수를 높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대정신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대중적 구호를 발굴하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것이 필요조건임은 분명하지만 충분조건이지는 않다. 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 신뢰 문제라면 진정성을 높이고 상징성을 키워야 한다. 입이 아니라 인물로, 정책이 아니라 역정으로 호소해야만 정책과 구호는 대중을 움직일 수 있다.

계기는 내년 총선이다. 이 선거의 특성상 이번 서울시장 경선과 같은 모델을 전면 도입하기는 어려운 일,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여지가 있다. 공천을 통해 당의 체질을 바꾸고, 총선 승리를 통해 체질 개선 효과를 착근시킬 여지가 있다. 어쩌면 이게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야권연대에 임하는 민주당의 최선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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