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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장관은 왜 민심을 못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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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장관은 왜 민심을 못 읽었을까

[안종주의 안전사회] 재활용품 대란, 살충제 계란 파동의 환생?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동안 아파트와 마을·집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플라스틱과 비닐, 스티로폼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분노했다. 시민들이 화를 분출한 대상은 지자체와 환경부 등 정부였다.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지자체가 할 일이고 관련 정책과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정부인데 더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비닐 등 재활용품 대란은 시민들로서는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치워가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 왔던 것인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정부를 나무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게 정부냐"

우리 사회는 지난해 여름 그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었다. 소비자들은 매일 식탁에 오르다시피 하는 계란에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가 들어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축산식품 당국에 대한 분노는 당연했다. 이제 안심하고 무엇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이냐는 자조가 터져 나왔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무려 다섯 번 넘는 사전예방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애써 경고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뒤늦게 알고 치를 떨었다.


"이게 정부냐."

살충제 계란 파동 뒤 우리 사회는 다시는 이와 유사한 일을 겪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고 대통령의 지시로 사건백서를 만들고 있다. 아직 백서작업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사건 발생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굼벵이처럼 너무나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한 분노의 기억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재활용품 쓰레기 대란이 우리 사회를 덮쳤다. 대란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다. 재활용품 대란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살충제 계란 사태와 너무나 닮았다는 점에서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먼저 이 일들이 터지기 전에 1~2년 전부터 몇 차례 위기 발생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는 점이다.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소비자단체, 언론, 국회, 전문가 등이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축산식품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환경부, 재활용품 대란 손쉽게 막을 수 있었다

재활용품 대란도 마찬가지다. 이미 2년 전에 쓰레기·재활용품 정책 주무 부처인 환경부 내부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예견하고도 자신들이 별 것 아닌 사안으로 치부해버렸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이 더는 한국의 비닐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위기가 매우 구체적으로 다급하게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대책은 전무했다. 실무 국·과장에서부터 책임자인 장차관에 이르기까지 모두 손 놓고 있었다. 지자체와 머리를 맞댔다는 이야기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아니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위기는 다가오는데 마치 서서히 끓어오르는 어항에서 헤엄치는 개구리처럼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1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보다 더 중요한 환경 현안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미세먼지? 그것이라도 제대로 해결했는가? 아니 해결할 방안이라도 제시했는가?

환경부 장관, 안심 코드 답습하다 식약처장 꼴

둘째, 사건 발생 뒤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 우선순위도 잘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똑 닮았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만 급급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살충제 계란 파동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극소수 계란만 검사한 뒤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이 말이 자신의 폐부를 찌르는 비수가 되어 피를 흘리며 한동안 사경을 헤맸다.

위기상황에서는 함부로 안심을 말하면 안 된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 분노를 했던, 불신을 했던 이들도 마음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응어리를 풀고 조금씩 귀를 열며 차분하게 사태 해결에 동참하게 된다.

재활용품 대란을 맞은 환경부 장관은 일선 현장을 찾아가 재활용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불편하게 생활하는 주민들을 어루만지고 이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또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운다는 생각에 재활용품 처리 중장기 방안을 서둘러 발표하려다 총리에게 혼쭐이 났다. 총리의 눈에는 환경부 장관이 똥오줌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각료로 비친 것이다.

셋째, 재활용품 대란은 살충제 계란 파동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 점수를 까먹게 만든 대표적 위기였다. 이 두 사안 모두 민생과 관련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아마추어 수준의 위기대응을 보인 정부에 대해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터이다.

민심 못 읽는 장관, 민심 읽는 대통령·총리

총리와 대통령이 잇따라 환경부 장관을 나무란 것은 바로 민심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과 재활용품 대란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분석과 판단이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지난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외려 국민의 마음을 더 후벼 팔 수 있다. 이들은 과거 정부가 아닌 현재의 정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그 사태의 뿌리가 어디에 있든 관리를 잘 하지 못한 점과 그 뿌리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크고 작은 여러 재난과 사고, 그리고 위기들이 일어났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가 완벽하게 효과적으로 대처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국민의 불만이나 불신은 매우 적다.

장차관에게 위기대응·소통 교육을 하라

여기에는 그 이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재난·사고와 관련해 너무나 잘못 대처한 탓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재난이나 사고를 당한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과 태도로 다가가는 행보를 보인 탓도 크다.

하지만 아직 관료들의 행태는 이전 정부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장차관 등도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들이 위험·위기 예방과 대응, 그리고 위험소통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지난 정부와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재난이 터지거나 위기가 발생하면 장차관들은 국·과장들과 2인3각이 되어 갈팡질팡하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지금 당장 장차관과 고위공무원에 대한 위기 대응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일회성이라도 하라. 체계적이면 더욱 좋고. 그것이 지난 정부와 달라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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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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