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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사태, 사실상 '불법' 발생...시스템에 구멍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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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사태, 사실상 '불법' 발생...시스템에 구멍 '뻥'

금감원 "공매도보다 더 심각한 시스템 문제"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가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 탓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단순 실수' 혹은 '도덕적 해이' 수준이 아니다.

사고 직후, '공매도' 폐지 여론이 높다. 그러나 "'공매도'보다 더 심각한 시스템 오류"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우리사주 조합 배당과 고객 배당 업무를 같은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구조가 화를 불렀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이번 사고는 현행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실질적으로 발생한 효과를 낳았다. 기관의 '공매도'는 주가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불법적인 수단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친 셈인데,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 "공매도보다 더 심각한 시스템 오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원장은 "삼성 측에선 (배당 입력) 담당자 개인의 실수라고 발표했으나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그보다 심각하다"며 "직원의 입력 실수로 보기 어렵다. 실수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도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이날 오전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김 부원장보는 이날 "이번 사고를 (삼성증권이) 수습하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 처리 방식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이번 사고가 공매도 제도의 문제라고 보기엔 더 심각한 시스템상 오류라고 인식하고 있다. 공매도 제도를 곧바로 연결하긴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가 난 뒤, 청와대 게시판 등에서 공매도 폐지 청원이 잇따르는 것과 맞물린 반응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와 공매도 폐지를 직접 연결 짓는 건 일종의 '논점 흐리기'라고 보는 금융 전문가가 많다.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와 비슷한 효과가 났지만, 핵심은 '유령주식' 배당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없는 주식을 배당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부터 짚어야 한다는 것.

'공매도'(Short selling)란,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판다는 뜻이다. 크게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로 나뉜다. '차입 공매도'는 합법,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빌려서 현재 가격에 시장에 내다 판 뒤에 주식을 다시 사서 빌린 측에 돌려주는 것이다.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이 난다. 증거금이 필요하므로, 주로 기관 투자자가 활용한다.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지면, 주식 가격이 떨어지므로,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즉 현재 계좌에 실물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팔기로 약속하고, 정해진 날짜에 실물 주식을 입고하는 것이다. 실물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파는 약속이 이뤄지므로, 위험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으로 금지됐다.

"실질적인 '무차입 공매도', 과거에도 있었는지 점검"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실물주식이 배당된 뒤 판매된 것이므로,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다. 다만 실제로 없는 주식이 팔렸고, 사태 이후 삼성증권이 실물주식을 빌려야 했으므로,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와 비슷해졌다. 사실상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뜻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9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사고에 대해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실질적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졌다고 보고 이 같은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점검해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고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 직원이 지난 6일 우리사주 직원 계좌로 배당금 대신 자사 주식을 입고하면서 불거졌다. 전산 시스템에 '1000원'을 입력해야 하는데, '1000주'가 입력됐고, 실제 계좌에 그대로 입고됐다. 잘못 지급된 주식은 모두 약28억 주이며, 약100조 원어치다.

팀장 결재로 끝, 검증 시스템 없었다

'원' 대신 '주'를 입력한 직원은 몇 단계 결재를 거쳤을까. 금융감독원 측은 "(해당) 직원 담당 팀장이 최종 결재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담당 팀장의 승인 절차 외엔, 아무런 검증 장치가 없었다는 것.

아울러 김 부원장보는 "현재까지 다른 증권사 4곳의 우리사주조합 입력 시스템을 확인했고, 이들도 비슷한 구조"라고 밝혔다. 비슷한 사고가 다른 증권사에서도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실제로 없는 '유령주식'을 배당받은 삼성증권 직원 가운데 16명이 주식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 선임 애널리스트가 약 350억 원을 번 사례도 있다. 김 부원장보는 9일 오전까지 이들 16명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대규모 주식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드러났다. 그렇다면, 소량의 주식을 푼다면 들통이 나지 않았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 고의로 비슷한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느냐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보는 "하루 치 거래가 다 이뤄진 다음에는 증권사와 한국예탁결제원이 수량 점검을 한다. 그래서 적은 수량이더라도 당일 거래가 끝난 다음에는 발견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정식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유령 주식'이 마치 위조지폐처럼 유통될 수는 없다는 설명일 뿐이다. 이번 사태처럼 일단 '유령 주식'을 판매한 뒤, 실물주식을 빌려서 넘겨줄 가능성(결과적인 '무차입 공매도' 효과)에 대한 반박이 되긴 어렵다. 김동연 부총리가 인정했듯, '무차입 공매도'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통로는 열려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

업무 경로 다른데, 같은 시스템으로 처리

가장 큰 궁금증은 천문학적 자금을 다루는 증권사 전산 시스템이 왜 이토록 허술하게 설계됐느냐 하는 점이다. 실제로 없는 주식을 배당하는 신호가 입력되면, 주식 발행 예고가 있었는지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자동으로 거치게끔 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인 전산 시스템 설계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상식이 왜 외면당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삼성증권에 조사단을 파견한 상태다.

현 단계에서 밝혀진 시스템 결함은, 우리사주조합 배당과 고객 배당 업무를 같은 시스템에서 처리한다는 점이다. 직원 주주로 구성된 우리사주 조합에 대한 배당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는다. 반면, 고객 배당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쳐야 한다. 요컨대 업무 성격과 경로가 다르다.

따라서 전산 시스템의 설계 단계에서 이런 두 가지 거래를 구분하는 장벽을 두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런 고려 없이 시스템이 설계됐다. 그 이유가 금융당국 조사에서 제대로 규명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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