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당 사고 후폭풍이 거세다.
발행이 검토된 적도 없는, 이른바 '유령주식'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 범죄로 연결되는 통로가 구조적으로 열려 있었던 것. 삼성증권 측은 "담당직원의 실수"라고 밝혔지만, 이상한 대목이 많다.
'유령주식 배당', 그리고 '결과적인 무차입 공매도'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 직원 계좌로 배당금 대신 자사 주식을 입고했다. 전산 시스템에 '1000원'을 입력해야 하는데, '1000주'가 입력됐고, 실제 계좌에 그대로 입고됐다. 잘못 지급된 주식은 모두 약28억 주이며, 약100조 원어치다.
일부 직원들이 해당 주식을 내다 팔면서, 주가가 급락했었다. 시장에 풀린 주식은 501만3000주, 약 1760억 원어치(저가 기준)다. 수백억 원대 이익을 거둔 직원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른바 '공매도(Short selling)'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이번 사태가 공매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게시판에선 공매도 금지 청원이 진행 중이다.
공매도란,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판다는 뜻이다. 크게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로 나뉜다.
한국에선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며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빌려서 현재 가격에 시장에 내다 판 뒤에 주식을 다시 사서 빌린 측에 돌려주는 것이다.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이 난다. 비록 빌렸지만, 즉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계좌에 있는 실물주식을 파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합법이다.
반면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즉 현재 계좌에 실물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팔기로 약속하고, 정해진 날짜에 실물 주식을 입고하는 것이다. 실물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 파는 약속이 이뤄지므로, 위험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으로 금지됐다.
주식을 판 당사자인 삼성증권 직원 입장에선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다. 그들은 계좌에 없는 주식을 팔았던 게 아니다. 그러나 삼성증권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셈이 됐다. 실제로는 없는, 유령주식이 직원에게 배당됐고, 그게 팔리자, 삼성증권은 실물주식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빌렸다. 삼성증권은 6일 634만6476주를 빌렸는데, 이는 사상최대 규모다.
게다가 삼성증권은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된 뒤에도 관련 규정을 어겼었다. 지난 2012년에는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무차입 공매도'를 위탁받아 수행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요컨대 이번 사태는 '유령주식 배당', 그리고 '결과적인 무차입 공매도'로 요약된다.
확인 없이 주식 배당 가능한 전산 시스템, 범죄 악용 가능성
의문이 드는 건 이 대목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배당한다는 신호가 시스템에 입력되면,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게 자연스럽다. 입력 실수인지, 주식 발행이 예정된 상태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공시 정보와 대조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삼성증권 전산시스템은 설계 단계에서 이런 확인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고가 전에도 있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능성을 고의로 방치했다면 범죄다. 아울러 이런 가능성을 일부러 열어두고 악용했다면, 더 큰 범죄다.
논란이 번지자,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8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배당받은 유령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낸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담당 직원의 실수"로 규정했을 뿐, 전산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을 가능성은 배제한 사과문인 셈이다.
한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우리사주의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처리를 할 수 있었는지,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체결까지 이뤄질 수 있었는지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과 함께 비상대응 체계를 갖추는 한편, 위법 사항에 대해선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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