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지난 3년 8개월 동안 정무, 홍보, 기획분야에서 두루 핵심역할을 수행해온 김두우 홍보수석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라는 대형 사건을 필두고 다른 악재들도 청와대를 덮치고 있다.
지난 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구제역 파동, 전세값 파동, 물가 앙등, 재보선 패배 등 외부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큰 흔들림'은 없었다.
인사청문회 때 마다 뒷말이 끊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러려니' 정서가 확산됐다. 청와대는 여러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민정수석 라인업을 뜻대로 밀어붙이는 '뚝심'을 발휘했고 조금씩 힘이 빠져가면서도 묘한 안정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와 정권 핵심 김두우 홍보수석의 연관관계가 드러난 이상 레임덕 현상이 급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최근 시선이 '무플'에 가까웠지만 다시 '악플'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레임덕의 전형적 삼각고리
사의를 표명한 김 수석은 "결백하다"고 항변했지만, 청와대 내에서도 "검찰이 기소까지 갈 수 있다는 자신이 없는데 청와대 수석을 소환했겠냐"는 식의 반응이 많다.
게다가 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자원 외교'쪽에서도 나쁜 소식이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4억달러(4400억 원)를 들여 투자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원유개발 사업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방한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합의하고 그해 6월 본계약이 체결된 쿠르드 원유개발사업이 '헛방'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 당시 확보 원유량이 우리나라 2년치 소비량인 19억 배럴이라는 발표가 나오는 등 대대적 홍보가 진행됐었다.
이후 한국석유공사가 투자비 약 4억 달러를 들여 추진해 탐사를 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것.
이 밖에 이 대통령의 사촌형과 5촌 조카 두 명이 4대강 사업 참여를 미끼로 거액을 가로챘다는 혐의로 고발 당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권 핵심부의 의혹-친인척 비리-대통령 관심 사업 무산은 레임덕의 전형적 삼각고리다.
무리수 쓰면 더 어려워 질 것
그간 청와대 안팎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이 워낙 대통령 측근들이라 단단한 만큼 작은 것은 몰라도 큰 사건은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수석에 대한 소환통보는 이같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검찰이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입만 바라볼 수 없게 된 만큼 사태 추이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입에 의해 정국이 춤을 추던 때와 유사하다는 것.
물론 "청와대가 안간힘을 쓰긴 쓸 것이다", "'선여 후야'라는 대형비리 수사의 관행상 검찰의 최종적 목표는 야권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른 대통령의 임기 말에도 많이 봤던 '검찰 정국'도 점쳐진다. 하지만 '무리수'는 발 밑의 수렁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야권의 공세 뿐 아니라 여권발 차별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당장 내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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