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5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식으로 처음 만날지, 정상회담 당일 동선을 어떻게 짤지 등을 논의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의전, 경호, 남북 정상의 당일 동선, 보도 분야에 대한 실무회담을 했다. 4시간 만에 회담이 끝난 만큼, 남북 간 큰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 분위기에 대해 "진지하고 꼼꼼하게 회의했다"고 전했다.
남측에서는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수석 대표였고,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신용욱 청와대 경호차장 등 5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수석 대표였고, 신원철, 리현, 로경철, 김철규, 마원춘 대표 대표단 6명이 참석했다.
남측은 실무회담 수석 대표를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에서 김상균 국정원 2차장으로 격상시켰다. 그 이유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쪽에서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자는 취지에서 격을 높여서 얘기하자고 요청이 왔다"고 설명했다.
북측 수석 대표 김창선 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부속실에 해당하는 북한 서기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선 부장은 지난 2월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남한에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수행한 바 있다.
우리 측 수석 대표인 김상균 차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실무를 담당한 바 있다. 김상균 차장은 지난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에 포함돼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상황실장이 대표단에 낀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북 특사단이었던 윤건영 실장은 지난 3월 31일부터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해 우리측 예술단 공연을 지원했다.
김정은 위원장, 걸어서 군사분계선 넘을까?
실무회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정상회담장인 남측 '평화의 집'으로 어떻게 오는가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어떻게 대면하고, 정상회담에 돌입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란 페인트로 그어놓은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어가는 상징적인 행보를 벌인 바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벤트를 하지 말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 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는 방안을 밀어붙였고, 이를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올지도 주목된다.
1차 실무회담을 마치고, 남북은 조만간 2차 실무회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회담을 한 번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3회에 될지, 2회에 될지, 4회에 끝날지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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