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별세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에 대해 정부가 훈장 추서를 추천받았으나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이 여사의 민주화운동 공적을 바탕으로 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내부 협의 끝에 추서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인의 공적을 토대로 추서를 검토한다는 차원에서 여타 민주화 운동 관련 인사들과 비교했을 때 (추서에)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검토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들도 많은데 그분들이 모두 훈장을 받지는 않는다"며 "공적 비교가 어렵고 (이 여사가) 선례가 되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비교 형량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행안부의 과거사 및 민주화운동 소관 부서는 지난 7일께 이렇게 결정하고 이 여사에 대한 훈장 추서안을 상훈담당관실에 인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앞서 지난 5일 고인에 대한 자료와 추천 공문을 행정안전부로 보내 이 여사에 대한 훈장 추서를 건의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고인이 70년대부터 40여년간 활동하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공헌했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이미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음을 바탕으로 훈장 추서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2007년 '5.18 마지막 수배자'인 고(故) 윤한봉 전 민족미래연구소장 등 이전에도 별세한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해 훈장 추서를 건의한 바 있다.
지난 3일 향년 82세로 별세한 이소선 여사는 지난 1970년 아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뒤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고인은 1986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1998년에는 유가협회원과 함께 의문사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 농성을 벌였다.
전태일재단 관계자는 "훈장보다 더한 것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상황에서 훈장은 받기가 곤란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로 가는 길에서 전태일 열사가 씨를 뿌렸다면 거둔 것은 이소선 어머니"라며 "어머니의 투쟁으로 민주화운동 보상법이 제정되고 수많은 사람이 민주화 운동 기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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