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안철수 돌풍'은 그대로 이 나라 정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고 준엄한 경고였습니다. 서울시장을 하겠다는 나선 자천타천의 후보는 물론이고 기존의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국민은 언제부터인가 '오 NO!'를 외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절망과 냉소가 이 정도였는가!' 소름이 끼칩니다. 이러고도 정치를 한다고, 정권을 달라고, 여야는 다시 아침이면 핏대를 올릴 것입니다. 창피합니다.
▲ 기자회견을 통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안철수 교수. ⓒ프레시안(김하영) |
항상 국민들은 개혁을 요구하지만 항상 개혁은 어렵습니다. 임진왜란 시기 나라를 이끈, 조선 최고의 재상 류성룡은 면천법, 작미법, 속오군 등 개혁을 단행했지만 결국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쳐 탄핵을 받아 낙향하게 됩니다. 16세기 조선의 조광조 역시 조선 최고의 이상주의자였고 당시로선 혁신적인 '민본정치'를 펼치지만 결국 이상을 이루지 못하고 기묘사화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당했습니다.
안철수 교수에게도 개혁은 지난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 교수님의 백신으로도 오늘 이 나라의 정치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항체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듯싶습니다. 구조화된 정치권의 시스템으로 볼 때 만약 안 교수님 홀로 개혁에 나서려했다면 무자비한 음해와 공격이 몰아쳤을 것입니다. 여론의 허망함은 썰물과 같아서 안 교수님의 정치생명을 지켜줄 보호막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 교수님으로 인한 충격과 자극은 이미 이 나라 정치를 흔들었습니다. 이미 우리 정치에 유익이고 교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 긴 시간 동안, 더욱 강렬하게 광야의 목소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당신은 이미 이 나라 정치에 크게 개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를 단 한 번의 선거로, 한두 사람의 용기와 결단으로 고쳐나갈 수는 없습니다. 이 나라 정치의 수렁은 너무나 크고 문제의 심연은 너무나 깊습니다. 보다 견고한 조직, 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연대하고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당신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제 민주당이 화답해야 합니다. 더 이상 기득권 내에서 아등바등해서는 안 됩니다. 야권연대를 위해 필요하다면 당원들의 뜻을 묻고, 안 교수의 의지를 이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를 양보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3일, 70년대 시대의 등불을 들었던 전태일 동지의 어머니, 모든 노동자들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83세. 오랜 세월 아들을 가슴에 묻고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억울한 이웃의 곁에서 한평생을 살다 가셨습니다.
인생은 길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고 우리는 그 힘을 믿어야 합니다. 여명이 밝아옵니다. 이제 민주당도 안철수 교수의 결단에 화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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