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경악케 했던 안철수 돌풍이 박원순 상임이사에게 이어질까? 현재까지는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엄청나다. 40%대의 안철수 교수와 달리 박원순 상임이사의 지지율은 3~5%대에 불과하다. 사실상 후보 단일화 합의를 했지만 두 사람의 지지층도 다소 다르다.
"안 교수의 지지층이 고스란히 박 상임이사에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무소속 출마'를 강조해 온 안 교수와 달리, 박 이사가 연대든, 경선 참여든 민주당과 손을 잡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원순 이사는 이 모든 난관을 돌파하고 10월 26일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안철수가 결집시킨 야권 후보되면 한나라당 충분히 이길 수 있다"
▲ 서울시장 보궐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안철수 교수.ⓒ연합뉴스 |
박 이사의 또 다른 경쟁력은 컨텐츠다. 정치 신인이지만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을 주도하면서 그는 특히 지방자치에 대한 여러 구상과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두 사람의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을 통해 "박 변호사는 그간 어려운 분들과 고통을 함께 해 온 시민사회 운동가로 지방행정에도 조예가 깊은 훌륭한 서울시장 후보"라고 말했다.
더욱이 안철수 교수의 바람몰이로 박원순 이사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상태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안철수 교수는 야권 전체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고 그가 박 이사를 밀면서 야권의 결집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됐다"며 "박원순 이사가 범시민단일후보 경선 등을 통해 야권의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 후보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안 교수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인지도는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나온다고 해 표 샀더니 박원순? 사람들이 만족할까"
물론 박원순 상임이사가 안철수 교수만큼 중도층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안철수 신드롬은 그 개인이 갖고 있는 인기였다"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아무리 손을 잡았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박원순은 박원순이고, 안철수는 안철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나온다고 해서 표 산 사람들에게 박원순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만족스러울지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안철수 교수의 인기는 개인에 대한 것이지 이것이 세력화 될 때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을 두 번이나 당선시킨 '강남 민심'을 박 상임이사가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지도 장담하긴 어렵다. 부자집의 귀한 아들로 자라 의사에서 성공한 CEO까지 된 안철수와 운동권 출신으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시민단체 활동에 주력해 온 박원순은 깨끗한 이미지만 같을 뿐,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정 지지층의 10% 정도씩을 끌어 당겼던 안 교수와 달리 박 상임이사의 지지층은 대부분은 기존 야권 지지층이다.
더욱이 안 교수와 달리 박 상임이사는 민주당 후보와도 1차로 싸워야 한다. 민주당에는 한명숙 전 총리 뿐 아니라 10여 명이 서울시장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교수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민주당은 더 고민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화끈하게 후보를 양보하자니 이미 도전장을 던진 당내 인사들의 반발이 두렵고, 그렇다고 경선하자고 적극 제안하자니 밥그릇에 연연하는 기득권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안철수 교수는 얼마나 박원순을 도와줄까?
일단 박 상임이사는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상임이사는 안 교수와 만난 날 바로 민주당 내 친노 진영이 밀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나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약속했다. 어떤 형식이든 경쟁에 사실상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보면 마지막 남은 변수는 안철수 교수의 지원 여부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안 교수가 적극적으로 밀어줄 경우 박 상임이사는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가 이날 박 상임이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선거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 구체적인 선거운동 지원 계획까지 논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수도 일단은 "국가공무를 하고 있어 (박 변호사를 돕기가) 쉽지 않다"며 "선거에 관여하지 않고 본업인 학교로 돌아간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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