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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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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어머니

[김봉준의 붓그림편지]이소선 여사가 지킨 위대한 영혼의 약속


전태일님의 어머니, 1000만 노동자의 어머니, 40년 노동운동의 동지.
세상의 수사가 주로 그러하지만,
저는 이소선 여사를 그냥 '위대한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노동운동, 노동자의 인권, 그 넓이 이상입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 인권운동 차원에서도
사람으로서 보편적 가치, 인권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보여 주신 분입니다.
아니, 어머니는 인권이란 사회적 가치 이전에 사람의 인정이란 본성의 가치가
얼마나 근원적으로 소중한지 일깨워주신 분.

어머니가 베풀고 나누고 같이했던 그 드높은 힘은 평범한 인정입니다.
이 땅의 가난하고 억눌리고 탄압받던 사람들이 모두 다
당신의 아들딸이요, 형제자매였고, 전태일이었습니다.
머리로만 민중을 외치는 '먹물들'과 정치가들은 흉내조차 못내는,
애가 타는 모정으로 서슴없는 연민으로 세상의 아픔과 함께하셨습니다.

아들 전태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권력의 매수장도 찢어버리고
당당히 노동조합운동의 길을 열어내셨던 어머니,
그렇게 시작한 피압박 민중들과 죽는 날까지 함께하신 41년,
남권지배 권력과 자본권력의 비인간적 폭력 앞에서
끈기 있게 마지막까지 사랑의 투혼으로 사셨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환히 웃으시며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님얼붓그림' 띄웁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유언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진숙씨, 이제 그만하고 내려와요~
이제 세상이 알만큼 다 알았고, 이제 진숙씨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았어,
희망버스타고 내려간 사람들이 정말 죽을까봐 달려간 거니
그 사람들 인사로 보더라도 내려와요.
죽어서는 안 된다고! 죽으라고 자꾸 달려가는 게 아니잖아.
많은 사람들 헤아려서 내려와요.
낮에는 고구마 한 개씩 먹고 저녁에 죽 먹고 겨우 생명만 붙여갖고 있는데...
살아서 같이 일해야지 죽으면 아무 소용없어요.
일가친척 부모, 그 심정이 얼마라고, 잠 못 자고 피 말이고 있는 지 생각해서 내려와요.
모든 걸 넓게 생각해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제 그만 내려오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해!"

진숙님, 많은 사람들 생각해서 내려오시랍니다.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같이 일하자고 하십니다.
희망버스 타고 달려간 많은 시민들 마음이 그렇습니다.
이제, 전태일, 박창수, 김주익의 시대정신- 부성의 항쟁을 좀 접고
전태일 어머니의 시대정신- 모성의 항쟁을 따르자는 호소 같습니다.
아들 죽음을 평생 가슴에 묻은 어머니가 '죽으면 아무 소용없어'라고 하세요.
본의 아니게 저들에게 우리의 무력함을 보여주고
희망 없는 죽음같은 슬픔에 산자들도 하나둘 떠나가잖아요.
이소선 어머니 발인 날, 어머니 유언대로 내려 오셔서
어머니 마지막 가는 발인식에 참여 바래요.
살아서 사랑의 분투를 이 땅의 위대한 어머니들처럼 실천하며 살아요.

작은 어머니들이야 세상에 참 많지만
이소선 어머니처럼 피압박 민중들과 드넓게 사랑을 나누다 가신분을
한국 현대사의 '위대한 어머니'라고 저는 부르고 싶습니다.
박정희 정신이 적대시하며 짓뭉개버린 위대한 어머니 정신이 이제 떠나가십니다.
그토록 목 놓아 통곡하셨던 보고 싶은 아들 곁으로 한 여인이 가십니다.
이제는 편히 쉬소서.

어머니는 아들과의 영혼을 건 약속을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기어이 지키셨습니다.
우리 남은 산자들도 전태일 어머니처럼 죽은 자와
영혼을 건 다짐을 해야 하는 시대 같습니다.
 어머니의 정신으로 사는 날까지 끝까지 사랑의 분투를 하며 살렵니다.
끝까지 가난하고 억울한 노동하는 사람들과 같이하는 세상,
인정 있는 세상 만들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 땅의 위대한 어머님들 앞에 부끄럽지 않는 아들딸들 되겠습니다.
어머니는 이 땅에 무수한 청춘 남녀가 '어머니'라 목놓아 부르는
저승길 떠나시니 참 좋으시겠습니다.
그래서 웃으시는 거지요 어머니.
세상의 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 영전에 글그림 바침.
2011년 9월4일
강원도 산골에서
김봉준 화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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