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 소도동 구 함태탄광 폐광지에 대한 대체산업 약속을 외면한데 이어 순직 광부들의 위패를 안치한 사찰까지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일 대한석탄협회에 따르면 지난 1952년 개광한 함태탄광은 연간 70만 톤의 무연탄을 생산하던 국내 굴지의 민영탄광으로 1980년대 전성기에는 1800여 명의 광부들이 근무했던 태백지역 최대 탄광이다.
그러나 석탄산업 사양화 등에 의한 경영난으로 지난 1993년 3월 폐광하면서 함태탄광은 ▲무공해 식품가공공장 ▲태백석탄박물관과 연계한 관광단지 조성 ▲실버타운 조성 ▲함태목장에 동물원과 눈썰매장 조성 등을 태백시에 대체산업으로 약속했다.
이후 함태탄광은 대체산업 유치가 난관에 봉착하자 1997년 1월 13일 태백시와 함태탄광 소유부지 가운데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약 8만1000평방미터를 태백시에 기부 체납했다.
당시 함태탄광은 자사 소유 부지를 기부체납 하면서 1993년 약속한 대체산업 대신 태백산 입구 함태탄광 부지에 유럽형 숙박시설(토스카비나)과 청소년 체험시설 등의 대체산업 유치를 약속했다.
그렇지만 함태탄광측은 유럽형 숙박시설은 경영난을 이유로 개장을 못하고 금융권에 저당되고 청소년 챌린저시설도 포기하고 해당부지를 매각하고 말았다.
특히 올 들어 함태탄광측은 기존 함태탄광 부지와 함태탄광에서 순직한 광부 148위의 위패가 안치된 청원사 사찰까지 특정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해지역 호텔에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내부에 자연적인 연못이 있는 청원사는 함태탄광 창업주인 김세영씨가 탄광에서 순직한 광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1954년 창건한 개인사찰이며 매년 단오날에 위령제를 지내왔다,.
함태탄광 퇴직자 모임을 이끌고 있는 남모씨는 “태백시와 시민들에게 약속한 대체산업 유치를 외면하고 동료 광부들의 위패가 안치된 사찰까지 매각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대체사업 유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태백시도 함태탄광측과 함께 책임을 엄중히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심모씨는 “함태탄광 대체산업 유치촉구 대책위를 구성해 함태탄광과 태백시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유족 및 퇴직직원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청원사를 매각한 처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함태탄광 부동산 관리업무를 담당해온 가야산업 관계자는 “회사가 경영난으로 서울 본사사옥과 탄광부지는 물론 사찰까지 근저당 상태였다”며 “회사는 파산 직전이라 헐값에 어쩔 수 없이 매각하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그는 “회사가 경영난으로 1년간 급여도 받지 못했을 정도로 회사는 사실상 파산상태”라며 “청원사에 안치된 위패는 유족과 탄광퇴직자들이 원하는 사찰로 옮겨 안치되도록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백시 관계자는 “함태탄광 대체산업은 1997년 체험공원 부지 등을 태백시에 기부체납하면서 종결된 것으로 안다”며 “청원사에 안치된 위패는 유족들이 원할 경우 산업전사위령탑에 안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함태탄광은 지난 1980년대 후반까지 전국 탄광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탓에 김세영 창업주는 개인소득세 등의 세금을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이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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