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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성폭력 저지를까 걱정해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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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성폭력 저지를까 걱정해봤나요?"

[프레시안 Books] 김서화의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요즘 세상에 "초등학교 아들에게 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에 크게 토를 달 부모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많은 부모들의 고민은 '어떻게 성교육을 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을 둔 엄마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김서화 씨가 쓴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아들의 성적 대화>(김서화 지음, 일다 펴냄)는 이런 고민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물어본다. "아들이 혹시 성폭력을 저지를까 불안하거나 걱정해본 적 있어요?"이 도발적인 질문에 즉각적인 반응은 이럴 것이다. '미쳤어요? 내 아들을 뭐로 보고....' 어떻게 내 아이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볼 수 있냐고 발끈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 물건을 훔치지 말라', '친구들을 때리지 말라', '다른 사람을 속이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 말이 결코 아이를 '잠재적 절도범', '잠재적 폭행범', '잠재적 사기범'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사회적 규범과 질서에 대한 교육의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왜 '성폭력'에 대해서는 자신의 아이에게 '가해', 즉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르치는데 이토록 거부감이 들어야만 하나. 결국 이런 '불균형'은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각에 기인한 것이다. 남성의 성적 충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들이 알아서 스스로 '단속'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2018년 '미투' 폭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꽃뱀론'과 같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아들의 성적 대화>(김서화 지음, 일다 펴냄)
저자는 양육자가 아이를 가해자의 위치에 세워보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잔소리는 기본적으로 '금지'를 가르치는 것이며, 따라서 성교육 역시 교육 대상자를 가해의 위치에 세워둘 수 있어야 한다.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해서는 안 될 성적 행동에 대해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우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말이다. 성폭력 문제를 오로지 '피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누구라도 가해 행동에 무뎌질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스스로 '가해'라는 위치 안에 세워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럴 때라야 아이들이 가해 행동에 무뎌지는 것을 거부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고, 이는 사회를 바꾸는, 작지만 최선의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또 이제까지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내 몸은 소중해요. 안 돼요!"를 무작정 외치라고 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으며, 그마저도 여아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거 한국의 영어교육이 "하유 아 유? 아임 파인. 땡큐"를 무작정 외우게 하는 '패턴 교육'이었던 것처럼 우리의 성교육 역시 생물학적인 성과 성행위, 그리고 성폭력에 국한된 '찍어내기식 교육'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남성들은 성에 대해 그 어떤 잔소리도 들을 일이 별로 없다. 포르노는 엄청 일찍 보면서도 막상 섹스, 성교육이라는 활자화된 글자를 보면 화들짝 놀라는 것처럼, 그들은 성에 관한 말 자체를 듣지 못하면서 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런 불균형이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닐까(...)성교육은 단순한 성적 지식의 설파나 전수가 아니다. 오히려 성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의심'의 시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성=성행위'라는 오해와 '성교육=섹스교육'이라는 잘못된 공식에서 벗어나 '젠더(사회적인 의미의 성)'를 기반으로 서로 다르게 구성되는 '일상'과 그로 인해 수반되는 서로 다른 경험, 인식, 감수성의 차이를 얘기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성교육은 미성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하고도 "괘념치 말거라"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무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권력자의 모습을 다시는 안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성교육은 관계의 권력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학습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앞에서 얘기한 '안 돼요, 싫어요'라는 성폭력 예방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아동 성폭력 예방 서적들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아이가 자기의 의사를 스스로 잘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이의 자기표현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앞서 나는 "안 돼요, 싫어요"만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성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아이가 '싫어요'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은 십분 인정한다. 다만 내가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왜 우리 사회는 성적인 상황에서만 아이에게 자기표현을 해도 된다고 허락하는가 하는 점이다. 아이가 성적인 위기 상황에서 '싫다'는 말을 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평상시에 아이의 부정적인 표현이 용인되어야 한다."

평소 양육자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부정적인 표현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만 아이가 폭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명확히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성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내가 아이에게 끊임없이 어른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고, 아들과 엄마 사이에는 젠더에 대한 고민 말고도 어른과 아이라는 권력의 문제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여전히 막막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우선은 '엄마'라는 완장을 잠시 벗어놓고 '여자'로서 엄마의 경험과 인식을 아이와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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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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