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법정 관리 위기에 돌입한 데 대해 청와대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30일 밝혔다. 청와대는 노조가 제기한 '중국 자본 먹튀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노조가 오늘 총파업에 들어가는데, 설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호타이어를 매각까지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6월 지방선거 전이라도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을 편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팔아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더블스타가 장기적인 경영 방안을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이융썬(柴永森) 더블스타 회장은 지난 22일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3년 고용 보장'을 약속했지만, 노동조합은 '10년 경영 계획'을 제시하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더블스타가 '3년만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반대로 3년 뒤 대량 해고에 돌입하거나 회사를 '먹튀'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보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쌍용자동차나 GM 사태와 같은 외국 자본에 의한 '먹튀 우려'는 없다면서 더블스타를 밀어주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설사 '먹튀'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자산 매각 이전은 소수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노동조합의 양보를 요구했다.
청와대도 금호타이어가 이대로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30~40%의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며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쪽 자본을 유치하면 약간의 임금 손실, (인력) 재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법정 관리에 들어가서 30~40%의 가혹한 구조조정과 일자리 손실에 비하면 매각이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먹튀 우려'에 대해서는 "이게 일방적인 매각이 아니라 새로운 신규 자본이 유치되는 방식이고, 그에 따라서 기존 산업은행 채권자들의 지분이 여전히 살아 있기에 과거 방식의 '먹튀'는 있을 수 없도록 안전 장치가 마련됐다"며 일축했다.
반면 노동조합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국내 기업에 의한 인수'와 같은 차선책은 고려하지 않고, '중국 자본 매각'이냐 '법정 관리'냐 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국내 기업) 타이어뱅크 등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이 두 곳 더 있는데, 채권자들이 이들 업체의 인수 제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먹튀 불안이 자명한 중국 자본 매각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총파업에는 광주와 전남 곡성 공장 조합원 3000여 명과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 450여 명 등 총 3500여 명이 참여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시에 파업한 것이다.
총파업 자리에서 조삼수 금호타이어 대표 지회장은 "인수 의향이 있는 국내 기업이 있는데도 산업은행이 법정 관리를 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며 "해외 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국내 인수 희망 업체를 참여시킬 경우 노조도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에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국내 기업 '타이어뱅크' 또한 인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난제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타이어뱅크의 인수 의향에 대해 "1996년 법정 관리에 들어간 우성타이어를 넥센타이어가 1999년 헐값에 인수한 것처럼 일단 법정 관리를 거친 이후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이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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