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인회의, 영화제작가협회 등 국내의 대표적인 영화단체와 정세균 당의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영화계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는 이색적인 간담회 자리가 지난 17일 낮 12시 서울 용산 CGV극장의 한 중식당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영화계를 대표해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을 비롯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김형준 영화제작가협회 이사장 외에도 이현승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영화배우 안성기 씨와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사장,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 권영락 씨네락픽쳐스 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열린우리당에서는 정세균 당의장 외에 원혜영 정책위의장, 이광철 우리당 문화예술특위 위원장, 우상호 문화관광위원, 그리고 이은영 제1정조위원장과 전병헌 대변인, 김재윤 의원 등이 참석했다.
영화계 대표들이 집권당 의원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마련된 이날 모임에서는 대략 세 가지가 논의됐다.
▲성인영화의 등급연령 기준을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영진법 개정안대로 18세가 되도록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과정에서 노력해 달라는 것 ▲김대중 정부 시절 조성된 1500억 원 규모의 영화인금고가 2008년에 소진되는 데에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이 2003년 준조세라는 이유로 폐지된 상황 등을 고려해 별도의 영화진흥기금을 신설할 수 있도록 이번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명시해 줄 것 ▲그리고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인 전국 입장권 통합전산망 시스템 구축을 위해 극장의 가입 의무를 법제화 해줄 것 등이 그것이었다.
성인영화 등급연령 기준은 당초 영화진흥법 개정을 위한 정부입법안에서는 19세로 상향됐다가 이를 다시 국회 문광위가 18세로 하향조정안을 내놓은 상태. 안정숙 영진위 위원장은 "성인영화관람 연령을 19세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를 술과 담배와 같은 청소년 유해품목으로 간주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국과 같은 곳에서도 주류판매는 21세 이상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대신 성인영화관람은 NC-17 등급처럼 17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영화진흥기금 신설 방식에 대해 영화인들은 과거 문예진흥기금처럼 입장권에서 원천 징수하되 그 비율은 3~5%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되면 1년 영화산업 매출을 1조 원으로 잡았을 때 약 300억 원의 기금이 형성되며 영화단체들은 이를 저예산예술영화나 예술영화관 지원 등 공익적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통합전산망 가입 의무화 문제에 대해서도 영화계 대표들은 "이는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영화계 현안 중의 현안으로 대두돼 왔던 사항"이라며 "영화 수익금의 투명한 관리를 통해 이 자금이 제작 분야로 올바르게 환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영화인들의 요구에 대해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정부와 여당이 영화계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다만 제도개선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각 분야의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영화계 대표들이 집권당 대표와의 공개적인 만남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해 국회 협조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 그만큼 현재 영화계가 과거 스크린쿼터 투쟁 때와는 달리 내부 구조 개선문제를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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