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오는 26일 귀국길에 오르는 이명박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일찌감치 부재자 투표를 마쳐놓고 지난 21일 출국한 이 대통령은 몽골, 우즈베스탄, 카자흐스탄을 순방하면서 총 120억 달러 이상의 건설 수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기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통령의 부담은 가중되게 됐다.
당초 청와대는 이달 중 부분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었다. 이재오 특임, 정병국 문화관광체육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당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현인택 통일부,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의 교체설도 만만찮았다. 사실상 마지막 개각을 하고 심기일전해 임기 말 국정을 다잡는다는 계획이었다. 한미FTA 체결, 4대강 사업장 준공식 등의 이벤트도 청와대 하반기 일정표 속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무상급식 투표 무산에 이은 오세훈 시장의 조기 사퇴로 일이 꼬이고 있는 것. 추석 연휴 차례 상 화두의 주인공은 '무상급식'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개각을 하면 추석 연휴 이후 인사청문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인사청문회가 과거처럼 다름없이 위장전입, 병역 문제 등으로 얼룩지면 청와대의 내상은 더 깊어지는 동시에 서울시장 재보선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총선 출마 희망자들을 내각에 계속 잡아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표에 목이 마른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다. 감세 정책, 선별 복지 등 청와대의 기조에 대한 공격은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게서 거세질 수 있다.
청와대는 광복절에 화두로 띄운 공생발전 어젠다를 밀고 나가겠지만 힘이 실릴지 의문이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적 경제 불안으로 인해 대기업들의 목에 힘이 들어가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결국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통상 정국을 전환할 수 있는 깜짝 카드를 고민하게 마련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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