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발 교수를 상대로 한 ‘미투’ 폭로가 쏟아지면서 그간 침묵의 캠퍼스에서 절규가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을 상대로 한 미투에 비해 그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지 못해 가시거리는 여전히 제로 상태다.
수도권 종합대학의 총여학생회 부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미투 운동 이전에도 학우들의 성폭력 신고를 계속 받아왔다”고 밝히고 “대학가 성폭력은 미투 이전에도 만연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5년간 국내 대학에서 적발된 성폭력 사건은 320건으로 조사됐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5건이었던 성폭력 사건은 이후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엔 107건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성폭력은 214건, 교수가 가해자인 경우는 72건이었다. 이어 교직원(24건), 강사(9건), 조교(1건) 순이었다.
사회 일반에서 가해자의 권위를 앞세운 물리적·정신적 성폭력이 캠퍼스에까지 스며든 것이다.
검찰과 문화예술계, 정치권으로부터 출발한 미투가 이젠 ‘스쿨미투’로 확산하고 있다.
스쿨미투의 한 사례를 보자.
“네가 예뻐서 그런 거야. 사회에 나가면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해, 그런 일도 참아야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어”
정말 헐~헐~이다. 학점도, 학위도, 취업도, 진로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쥔 한국의 대학 교수들이 자신의 제자에게 어떻게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단 말인가.
포항의 일부 대학에서도 최근 미투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해당 대학은 물론 관계기관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포스텍에서는 이미 교내 동아리 모임에서 선후배간의 성추행과 성폭행에 이어 최근에는 한 여 교수가 교내 통신망에 미투를 폭로한 글을 올렸지만 여전히 학내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저는 당신의 접대부가 아닌 직장 동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여 교수의 용기에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도 큰 격려를 보내고 있지만 성추행 당사자인 고위공무원의 실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성추행 의혹에 거짓 해명 논란까지 낳은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28일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는 물론,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다가 전날 취소한 데 이어 이날 보도자료에서 피해자가 특정한 사건 당일 해당 장소에 자신이 간 사실을 인정했다.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에 대해서는 그 익명성을 지켜주자는 것이 한국언론의 보도윤리였다.
그럼, 얼굴과 실명을 공개할 수 없어 세상밖으로 나올 수 없는 ‘스쿨미투’의 한계성에 대해 왜 언론은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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