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 원의 부채로 직원 700여 명을 자르고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처조카가 특혜 채용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것도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일 때 채용된 것이다. LH공사는 2008년부터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했는데, 4년 동안 채용된 단 1명의 정규직이 바로 홍 대표의 처조카였던 것.
22일 <한겨레>는 LH공사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홍 대표의 처조카 최모(29) 씨는 2007년 8월 ㅅ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2월 주택공사의 도시개발단 택지보상판매팀 촉탁직으로 채용됐다"고 보도했다. 최 씨는 1년 2개월 뒤인 2009년 4월 경제활성화지원단으로 부서를 옮긴 뒤 20여일만에 5급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정규직 채용 1년 7개월만인 지난해 12월 그는 4급 대리로 승진했다.
문제는 이 기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정규직 신입사원은 물론이고 인턴 사원조차 전혀 뽑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공사의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즉시 실무에 투입하려고 뽑은 촉탁직도 2008년 이후 28명에 불과했다"며 "주택공사는 2003년 이후 촉탁직을 모두 56명 뽑았는데 일반 촉탁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는 최 씨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나홀로' 통합 원하던 주택공사, 나서서 '통합' 추진한 홍준표…'처조카 채용'은 보상?"
홍 대표의 처조카 외에도 촉탁직으로 들어가 정규직이 된 사례는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1건씩 총 2건이 더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모두 주택공사 소속 레슬링 선수들이었다. 국제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 그 보상 차원에서 정규직이 된 것이었다.
신문은 "최 씨가 정규직으로 채용된 시기가 두 공사의 통합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하던 시기라는 점도 석연찮다"고 밝혔다. LH공사로 통합되기 전 정규직은 7367명으로, LH공사는 2012년까지 전체 직원 수를 5600명으로 줄여야 한다. 1767명을 잘라야 하는 셈이다.
지난 7월까지 LH공사는 이미 5차례에 걸친 명예퇴직 등으로 783명을 내보냈다.
신문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최 씨의 채용 과정 탓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2008년 10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법안을 발의했고 2009년 4월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당시 토지공사와 야당은 통합에 반대했지만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주택공사는 통합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주택공사가 원하던 통합을 홍 원내대표가 나서 추진해주던 그 시점에 처조카가 주택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주택공사가 최 씨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5월 6일은 토지주택공사 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1주일 뒤였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내가 야당일 때 (처조카가) 대학 졸업하고 주택공사인가에 취직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이범래 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LH공사 관계자는 "신규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정과 절차에 맞게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며 특정인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 씨를 포함해 2000년 이후 촉탁직의 정규직 전환 사례는 모두 11건"이라며 "인력 활용 효용성 차원에서 기존 인력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친 적법한 채용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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