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33.3% 넘기면 '기적'이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초선 의원의 말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 33.3%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개함 실패'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강남 몰표'라던 공정택도 강남에서 20%도 못 얻었다
또 다른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2008년 공정택 교육감 선거를 떠올리면 된다. 그 때와 비슷하다. 평일에 치러지는 선거였고, 서울시민들만 참여하는 선거였다. 당시 투표율이 15.4%였다"고 지적했다.
공 전 교육감이 당선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이명박 정부 들어선 후 첫 재보선이었던 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매우 저조했다. '강남 몰표'로 당선된 공 전 교육감이지만, 당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서초구가 19.6%, 강남구가 19.2%에 그쳤을 뿐이었다. 33.3%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
또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대부분 20~25% 가량의 득표로 당선된 서울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이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만큼 33.3%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받았던 표에 1만~2만 표를 더해야 개함 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33.3%를 넘으면 기적"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게다가 전날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중앙당이 무상급식 투표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의견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18일 "나경원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가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입장을 말해달라"는 주문에 "무상급식에 관련된 얘기는 이미 다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대꾸했다.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오 시장의 1인 팻말 시위가 선관위로부터 제지 당하는 등 투표 독려 운동 환경도 좋지 않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단순히 투표일을 알리는 것인데 시 선관위가 혹시 정치적으로 판단해 무리하게 해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초조함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벌써 '플랜B' 가동시키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상급식 주민투표 총력 지원을 하고 있는 여당 대표 입에서 "개함을 못하면…"이라는 전제가 등장했다. 홍 대표는 지난 17일부터 "(투표율이 저조해) 투표함을 개함 못하면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홍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야권에서는 "투표 거부 운동의 성공을 염두해두고 이에 대비해 '밑밥'을 깔며 불발시 '플랜B'를 가동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분(홍준표 대표)의 걱정은 민주당이 불참운동을 거세게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투표 참여율이 3분의 1, 그러니까 33.3%를 넘지 못하게 되면, 개함을 못 하게 되면, 그 경우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되는 것인데, 왜 오 시장이 그 점(시장직 사퇴)에 대해 고민을 하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회자가 '홍 대표의 발언은 시장직을 걸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냐'고 질문하자 오 시장은 "되도록이면 그렇게 하는 것이 그 이후에 일어날 여러 가지 한나라당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에 대한 걱정을 더는 방법 아니냐, 그런 취지다"라고 말했다. 투표가 끝난 후 닥칠 "부담스러운 상황"에 대한 대비 차원이라는 것이다.
홍 대표의 측근은 "투표함을 개봉하지 못한다는 것은 '민주당과 오세훈 시장이 비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봉을 못해 결과를 알지 못하는데, 누가 이기고, 누가 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 당연히 민주당이 책임질 일이고 오 시장은 정치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말했다.
투표가 끝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승복할 수 없다"는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이런 모습은 '보편적 복지(야당 주장)'와 '복지 포퓰리즘(한나라당 주장)'를 내걸고 벌어질 여야간의 지리한 공방전을 예상케 한다. 주민투표가 여권의 '복지포퓰리즘과 전쟁'의 단순 촉매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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