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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봉주 성추행 의혹 '새로운 증거' 발견…의미는?

피해자 A씨 "23일 오후 5시 경 렉싱턴 호텔 내 레스토랑에 있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 A 씨(가명 안젤라)가 2011 12월 23일 오후 5시 경 자신이 여의도 렉싱턴 호텔 내 카페에 있었다며 관련 증거를 27일 공개했다. 오후 1~2시 경으로 모아졌던 '시간대'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셈이다.

A 씨가 이날 공개한 증거는 위치 기반 모바일 서비스 '포스퀘어'에 남은 과거 기록으로, 이에 따르면 2011년 12월 23일 5시 5분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N' 레스토랑의 상호가 확인된다. N 레스토랑은 렉싱턴 호텔 내에 위치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A 씨는 30여분 뒤인 5시 37분에도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셀카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로써 A 씨가 이날 오후 5시 37분까지 렉싱턴 호텔 내 N 레스토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그동안 A 씨는 2011년 12월 23일을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날이라고 특정하면서도 정확한 시간대에 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정 전 의원의 옛 측근 민국파가 렉싱턴 호텔에 정봉주 전 의원을 데려다줬다면서 "도착한 시간은 1~2시 경"이라고 밝혔고, 정 전 의원은 다시 "(모친 병문안 차) 을지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고 반박해 혼선이 인 바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회견에서 "시간대에 관한 명확하지 않은 기억을 내세우는 순간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간대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성추행 의혹의 쟁점으로 떠오른 와중에 그동안 침묵했던 A 씨가 전혀 다른 시간대인 '5시 이후' N 레스토랑에 있었다는 증거를 추가로 공개함에 따라 시간대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논란은 사실상 의미가 사라졌다.

▲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A씨가 공개한 자료사진. ⓒ프레시안

한편 A 씨가 찍은 셀카에는 옷걸이와 흰색 테이블보 등이 함께 포착돼 앞서 A 씨가 기억한 성추행 장소에 관한 묘사와도 사실상 일치한다.

A 씨는 그동안 레스토랑의 상호를 기억하지는 못했으나, 일관되게 '창문이 없고 하얀 테이블이 있으며 옷걸이가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룸'이라고 묘사했다. A 씨는 옷걸이 앞에서 정 전 의원이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A 씨가 제시한 증거는 자신이 N 레스토랑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지만, 정 전 의원이 그곳에 왔었느냐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온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의 쟁점은 피해자 A 씨가 렉싱턴 호텔 내의 N 레스토랑에 머문 시간으로 특정한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 37분 이후 정 전 의원의 행적으로 좁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A 씨가 앞서 N 레스토랑에서 1시간가량 기다렸다고 한 주장에 대입해보면, 최초 '포스퀘어' 기록이 확인된 5시 5분으로부터 1시간가량 뒤인 6시를 전후한 시점에 정 전 의원의 알리바이가 입증되느냐가 최종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이 시간대에 관한 행적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늦은 오후 명진 스님이 찾아 와 손수 쓴 글 '탈옥하라 정봉주'와 책, 편지 및 염주를 주고 간 사실도 있다. 이후 저는 '나는 꼼수다' 멤버들과 인근 고기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고 밝힌 게 전부다.

다만, 정 전 의원이 23일 모든 일정을 5~10분 간격으로 찍은 780장의 사진이 있다고 주장해 온 만큼, 이 사진들 속에 답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봉주 해명에 남는 의문점 : 을지병원 언제 갔나?

피해자 A 씨는 기자회견에서 "정 전 의원이 어떤 경로를 거쳐 그곳에 왔으며 정확하게 몇 시에 도착했는지는 제가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을 뿐이며 이동 경로에 관해선 정 전 의원이 해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이동 경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로선 모친이 입원해 있던 을지병원에 정 전 의원이 언제 도착해 언제 출발했는지가 안개 속이다.

그동안 정 전 의원이 설명한 이동 경로는 민변 사무실 방문(오전) → 하계동 을지병원 방문(1시를 훌쩍 넘긴 시간) → 합정동 명진 스님 만남(오후 2시 30분 경) 순이다. 반면 민국파는 당시 을지병원(이른 점심) → 렉싱턴 호텔(1~2시 경) → 합정동 순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른 오후에 을지병원에서 병문안을 마친 뒤 정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을 들렀느냐 아니냐로 양측이 맞서 온 셈이지만, 지난 23일 새벽에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23일 오후 1~3시 경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두 사람 모두 홍대 인근에 있었던 사진을 공개해 의문을 키웠다.

다만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을지병원 방문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정 전 의원이 언제 을지병원을 방문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 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프로그램 녹화 때 병실 바깥 쪽에서 안쪽으로 찍은 사진을 봤다"고 밝혀 을지병원 방문 자체는 확인된다. 노 의원은 그러나 사진이 찍힌 정확한 시간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늦은 오후에 을지병원을 방문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이 당초 설명과 달리 늦은 오후 을지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을지병원에서 렉싱턴 호텔로 이동했다"는 민국파 주장은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민국파가 시간에 관한 왜곡된 기억을 가졌더라도, 이동 경로에 대한 진술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정 전 의원과 민국파의 주장대로, 정 전 의원이 이른 오후에 을지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 피해자 A 씨의 성추행 사건과는 무관한 일정이 된다.

이와 관련해 민국파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른 오후에 을지병원에서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준 것은 맞다"며 "늦은 오후에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만약 렉싱턴 호텔에 두 번 갔다면 모를까, 그렇더라도 5시 이후 렉싱턴 호텔에 간 것은 내 기억에는 없다"고 했다.

민국파는 당일 5시 이후의 정 전 의원의 행적에 대해선 "(입감일이 결정된 뒤여서) 긴장감이 풀렸기 때문에 늦은 오후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덧붙였다.

A씨 '2차 가해' 두려움 토로

한편 피해자 A 씨가 <프레시안> 보도 이후 처음으로 증거자료와 함께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가짜 미투' 논란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얼굴과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호소를 의심했다"며 "정봉주 전 의원은 세간의 편견과 의심을 악용해 저를 유령 취급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중요한 증거인 이 사건의 피해자, 즉 제 존재 자체를 밝힘으로써 최소한 기자 여러분들에게라도 제 ‘미투’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너무나 참담하고 속상하지만 저는 더 이상 제 존재를 드러내고 향후 제가 입을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진실을 밝힐 수 없으리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다만 본인과 가족, 지인들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운 심경을 밝히며 익명 보도를 기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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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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