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베트남을 방문해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높은 수위의 표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이렇게 말한 뒤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트남전의 상징적 인물이자 베트남의 '국부'로 여겨지는 호치민 전 주석 묘소에 헌화를 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 전쟁에 전투 부대를 파병했고,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에 한국군 역시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베트남전 참전 및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기사 :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 방한…고엽제전우회 "종북" 반발)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호치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에서 영상 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었다. '유감'의 표현은 '마음의 빚'의 표현보다 조금 더 명확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파병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외교는 상대방의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사과 요구를 안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는 데 청와대가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한국 정부가 일본 군 '위안부(성노예)'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베트남과의 과거사를 털고 가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문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통령이 베트남 파병 및 민간인 학살 등의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에는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베트남을 방문 “우리 국민들은 마음에 빚이 있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베트남은 한국에 특별한 나라이고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며 "내년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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