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가입자 중 무려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 제공돼 유권자의 맞춤형 선거 캠페인에 사용돼 큰 효과를 봤다는 의혹으로 페이스북이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검찰은 즉시 페이스북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지난 2011년 페이스북과 맺은 개인정보 보호 협약을 페이스북이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최대 2조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의회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섰다. 영국 의회는 이미 저커버그에게 출석 요청서를 보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20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폭락해 시가총액 감소액이 50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했다. 페이스북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게임 등 다른 앱을 이용할 경우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는 다른 앱을 이용할 경우 고스란히 접근이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유출된 페이스북 개인정보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알렉산더 코건 교수가 개발한 성격테스트앱(thisisyourdigitallife)을 이용한 페이스북 가입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코건 교수는 이 앱을 이용한 페이스북 가입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그들의 친구로 연결된 계정의 정보까지 접근할 수 있었고, 그는 이 개인정보를 트럼프 캠프에 고용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라는 정치컨설팅 업체에 넘겼다. CA는 코건 교수가 설립한 '글로벌 사이언스 리서치(GSR)'에 자금을 지원한 관계였다.
영국에 본사를 둔 CA는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부유한 공화당 후원자 로버트 머서가 지난 2013년 공동 창립했다.
"페이스북, 파산 몰고 올 신뢰의 위기 봉착"
'페이스북 계정 삭제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브라이언 액턴 왓츠앱(WhatsApp) 공동 창업자는 "페이스북을 삭제하라(#DeleteFacebook)'라는 해시태그 메시지를 전파하고 나섰다. 왓츠앱은 이용자 6억여 명을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4년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페이스북이 인수한 앱이다. 왓츠앱 창업자가 페이스북 서비스 사용을 중단하라는 조언은 주목할 만한 메시지라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저커버그의 멘토로 불렸던 벤처투자가 로저 맥나미도 이날 CNN의 유명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않다 가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가서 그는 "페이스북을 파산으로 몰고 올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0일 영국 방송사 '채널4'는 트럼프 캠프가 CA를 동원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짙은 행위를 벌였을 가능성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채널4는 '위장 취재팀'이 CA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닉스 등 CA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비밀리에 촬영해 방영했다. 이 영상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런던 시내 호텔에서 4차례 촬영됐다.
동영상에 따르면. 닉스는 "스리랑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은 사업가"로 거짓 소개한 취재진을 상대로 영업상담에 나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시절 여러 번 만났고, 지난 대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캠페인의 디지털 선거운동을 감독하면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대선 캠페인 활동에 참여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닉스는 선거의 경쟁 후보에게 타격을 입힐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정치공작 서비스도 소개했다. "협상을 위한 미끼를 던지기 위해 상대 후보의 집에 여성들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는 미인계를 언급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데려올 수 있는데, 그들은 매우 예쁘고 효과가 좋다"고 떠벌이기도 했다.
영상에 나오는 또 다른 CA 관계자는 '사기꾼 힐러리를 물리치자(Defeat Crooked Hillary)'라는 이름의 불법적 캠페인을 벌였어도 추적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자랑했다.
닉스도 트럼프 대선 기간 추적을 어렵게 하려고 '자동삭제 기능' 이메일을 보냈다면서 "메일을 읽은 후 2시간이 지나면 메일이 사라진다"고 수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CA 측은 채널4 뉴스의 폭로 직후 알렉산더 닉스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당황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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