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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홍수예방과 무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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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홍수예방과 무관' 확인됐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34>'24조 원' 제길 찾아 보내줘야

중부지방 폭우가 시작된 7월 26일 아침 한 보수 신문이 최근 장마 이후 4대강의 안전도를 평가한 단독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토목과 환경 분야 전문가 8명에게 의뢰해 7월 21일부터 3일간 조사해 보았더니,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올해 장마에서 홍수예방효과를 거뒀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썼다. 8명의 전문가는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4대강 사업에 적극 찬성하거나 반대한 사람은 빼고, 중립적인 견해를 가진 교수들을 각 대학으로부터 추천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평가의 객관성에 심각한 의문을 표시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지적이 바로 나왔다. 8명의 전문가 대부분이 4대강 사업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였다. 4대강 사업 정부측 자문단으로, '4대강사업 강력 찬성'의사를 밝히는 교수들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직전의 청장이 "4대강 사업 때문에 태풍피해가 줄었다"고 해 구설수에 오른 소방 방재청으로부터, 연구 프로젝트를 받아 수행 중인 교수들 이름도 거명되었다.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공정하다 할 수 없는 조사 결과였다.

한 인터넷 신문이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주민들을 인터뷰해 7월 18일 공개한 내용을 보도했다. "비가 많이 오면 하천 부지가 침수되곤 했는데, 준설을 하니 유수가 빨라져 침수가 많이 안 되고 물 빠짐이 좋아졌다"고 한 목소리도 있었다. <4대강 준설효과 "홍수위 낮아져 범람·침수피해 줄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근래 들어 4대강 본류가 범람한 적은 없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모든 하천 부지에서의 농작물 경작도 금지되어 있다. 준설공사로 지형이 달라지기까지 했을 그 하천 부지가 침수되었건 안 되었건 무슨 의미가 있는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그 하천 부지의 침수여부가 홍수 피해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도 된다는 건지 헷갈린다. 비가 많이 와 강물이 불어나면 잠수교는 물에 잠기게 마련이고, 한강 고수부지가 침수되기도 한다. 그것을 범람이나 홍수피해라 하는 사람 없다.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못 박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불공정 하거나, 주제와 한참 거리가 먼 사례까지 무리하게 끌어댔을 것이다. 언론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공정사회'는 물 건너 갈 수가 있다. 한 시대와 나라가 불행해 질 수도 있다. 언론이 불공정에 '편승'해 '장난'을 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면산에서 산사태의 참사가 벌어지고, 수도 서울의 심장부 광화문 네거리 일대가 물바다를 이룬 7월 27일, 언론은 온통 '100년만의 폭우'라 외쳐댔다. '100년만'이란 표현 속에는 그 비로 인한 피해가 모두 '불가항력'이라는 의미를 바닥에 깔고 있다. 광화문은 작년 추석에도 물에 잠겼다. 그 때도 '100년만의 폭우'라 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물 빠질 곳이 없어서 일어난 사고였다. 청계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기상청에 100년만이냐고 물어보았다. 정확한 표현은 '7월 27일 서울에 내린 폭우 301.5mm는 1998년 8월 8일(332.8mm)이후 13년 만의 최대 폭우'였다.

▲ 지난 27일 폭우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MB도 이번 홍수피해가 '불가항력'임을 강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처럼 비가 오면 어떤 도시도 견딜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천재지변이라 했다. 정부의 책임에 물타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26일부터 3일간 내린 비를 700mm(서울은 534.5mm)라 쳐도 '불가항력'은 아니다. 일본과 단순 비교해 봐도 그렇다. 이번 폭우로 우리는 70명 넘게 목숨을 잃었고, 9900채의 집이 침수됐다. 일본은 최근의 태풍 '망온'때 1027mm의 비가 내렸어도 우리보다 피해가 적었다. 사망 1명에 134채의 집이 물에 잠겼을 뿐이다.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이번 폭우 사태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소중한 '가르침'이 있다. 바로 4대강 사업은,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MB정권이 줄곧 내세워 온 가장 큰 목적, 홍수예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지엄한 진실이다. 이번 폭우를 통해서 그게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이번에 폭우가 내린 곳은 4대강 중 주로 한강유역이었다. 물이 한강의 본류에 도달하기 '이전의 지역'에서 참사가 일어난 홍수사태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강본류와는 상관없이, 지류와 소하천들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일어나고, 사람이 죽고 집과 농경지가 큰 물에 휩쓸리는 피해였다. 낙동강과 금강과 영산강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은 그 동안 본류에 대한 삽질만을 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혔고, 헛 준설로 또 돈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앞으로도 홍수예방과는 아무런 관계가 있을 수 없게 되어 있다. MB정권 일각에서 지류의 정비를 위해 20조 원 투자계획을 검토한 것도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했기 때문일 것이다.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애당초부터 4대강 본류에는 홍수위험이 거의 없었다. 적어도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국토부의 전신인 건교부가 2006년에 이미 '4대강 본류의 97.3%는 정비되어 있다'고 판단한 기록이 있다. 실제로, 범람과 침수 등의 홍수피해는 지류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2009년 1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TV를 통해 생방송 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각각 43조 원과 87조 원의 하천정비계획을 세웠으나, 반대가 없었다"며 "내가 20조 원 들이는 데는 왜 반대하느냐"고 일갈했다.

그 때 MB는 전 정권에서 만든 <신 국가 방재 시스템>이란 서류를 손으로 흔들어 댔다. '운하' 때문에 마음이 급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서류에 적힌 87조 원 중 하천 재해 예방사업비는 14조 원에 불과했다. (집행은 안 됐다) 그것도 투자대상은 4대강 본류가 아니고, 홍수피해가 많은 소하천 들이었다. 지류였다. 아무튼 지금 문제는 4대강에 퍼붓기를 하고 있는 헛 돈 24조 원(사실은 얼마로 불어날지 모른다)이다.

애당초 순수하게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염두에 둔 게 맞다면 그 돈은 처음부터 쓰임새가 달라야 했다. 폼 잡으며 배 띄우고 자전거 도로 자랑하는 것과는 원천적으로 쓰이는 곳이 달라야 하는 돈이었다.

2004년부터 산사태 1등급 지역으로 분류돼 있으면서도 손을 안대고, 그래서 2년 연속 산사태가 일어나, 필경 참혹하게 찢겨져 나간 우면산에 참변예방자금으로 갔어야 할 돈이다. 경기도 광주의 경안천과 곤지암천, 연천의 초성천과 파주의 설마천에 보내, 범람 방지 위해 강 폭 넓히고 제방 쌓는데 투입했어야 할 돈이다. 인하대 봉사활동 젊은이들 산사태 희생나지 않게 쓰였어야 할 돈이다. 귀한 목숨들 억울하게 빼앗기는 것 사전에 막았어야 할 돈이다. 수만 마리가 묻힌 구제역 집단 매몰지 30여 군데가 이틀간이나 물에 잠겼던 파주시 파평면 늘노천 주변 들판으로도 미리 달려갔어야 할 돈이다. 속절없이 엉뚱한 삽질하는데 마구 퍼주고 있는 원통한 국민들의 세금이다.

우면산의 등산 안내도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을 그린 이 안내도에는 50여개의 산책로, 등산로, 숲길 등이 마치 우면산을 밧줄로 꽁꽁 묶어 놓은 것처럼 표시돼 있다. 여기에 자연 생태공원과 약수터와 쉼터, 주말농장, 저수지 등 인공의 시설들이 수두룩하다. 사람들이 자연을 못살게 괴롭히는 모습이다. 자연은 함부로 파헤치고 속박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반응'하게 되어 있다. 그게 이번 재앙이다.

4대강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도록 풀어주는 게 옳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 삽질도 이쯤해서 중단하는 게 옳다. 남은 예산도 제 갈 길 찾아 보내 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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