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뻘, 손자뻘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게 된다는 생각에 밤잠도 설쳤어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총장님이 말씀하신 학생 해외 파견 프로그램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
올해 배재대학교(총장 김영호)에 입학한 고령의 만학도 2018학번 중국학과 임순자(74), 박금자(60), 양갑수(60) 씨가 화제다.
이들이 새내기가 되기까지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움이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일념에 4년 전 학력인정기관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삼총사’처럼 붙어 다니다가 대학 진학도 함께했다.
1943년생인 임 씨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펜을 놓게 됐다. 이후 경제가 어려운 집안 살림에 학업을 잠시 접어야 했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만 하다 세월이 흘렀고, 그러던 7년 전, 아들이 터를 잡은 대전에 내려왔다. 손자들을 돌보던 그는 학력인정기관과 만나 배움의 꿈을 잇게 됐다.
동갑내기인 박 씨와 양 씨도 사는 게 바빠 배움의 길을 잠시 돌아왔다. 별칭이 ‘조신한 여자’인 양 씨는 대전에서 전업 주부로, 박 씨는 충남 금산에서 남편과 인삼 사업을 하느라 바쁜 삶을 살았다.
자녀들을 장성시킨 이들은 살면서 잊고 있던 꿈이 움텄다. 바로 ‘한 맺힌 공부’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학력인정기관의 문을 두드려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책과 씨름했다.
늦깎이 고교 3학년이 된 지난해 이들은 일생일대 고민에 휩싸였다. 졸업과 동시에 진학을 고민했다. 박 씨는 “남편과 사업을 하면서 중국 왕래가 잦다보니 관련 학과로 진학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냅다 원서를 내버렸다”고 말했다.
한자에 익숙했던 박 씨와 양 씨도 함께 배재대 2018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하면서 ‘삼총사’가 같은 학과에 합격하는 경사를 맞았다. 양 씨 집안에선 내친 김에 대학원도 진학하라는 권유도 나오고 있다.
양 씨는 “입학식 날 설레서 캠퍼스를 휘저으며 도서관은 어디 있는지, 밥은 어디서 먹는지 세세하게 파악했다”며 “원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왕언니’인 임 씨는 “오는 5월에 있을 축제도 궁금하고 해외 체험 프로그램도 관심이 높다”며 “건강만 잘 챙겨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들은 배재대 장학금 지급 규정에 따라 ‘만학도 장학금(만30세 이상)’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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