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남도의회가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대폭 축소한 조례 개정안을 강행해 최종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철야농성 반대에도 다수파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주도로 개정안이 통과돼 반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경남 2인 선거구 대폭 늘리고 3~4인 선거구 대폭 축소
경남도의회는 16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개정조례안보다 4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를 각각 4곳과 28곳으로 줄이고 2인 선거구는 64곳으로 대폭 늘린 ‘경상남도 시·군의회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 수정안을 기획행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켰다.
애초 획정안을 담은 조례안은 4인 선거구 14곳, 3인 선거구 32곳, 2인 선거구 38곳 등 전체 선거구를 84곳으로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 주도로 통과된 수정안은 전체 선거구를 96곳으로 늘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의 95개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시 늘렸다.
수정안을 통과시킨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처음 제출된 획정안이 기초의원 1인당 인구수에만 초점을 맞춰 지역 특수성이나 생활권, 교통, 지역정서 등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선거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들어 의원총회에서 반대 당론을 모으고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선거구 쪼개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본회의 하루 전인 15일부터 경남도의회 소수정당 의원들이 저지 농성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소속 소수정당 의원 5명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도의회 현관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며 “경남도 선거구획정안은 공직선거법상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를 살리고 인구편차를 최소화해 표의 등가성을 높인다는 방향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3~4인 선거구를 대폭 축소하고 2인 선거구는 대폭 늘리는 등 도입 취지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시·도의회가 자치구 시·군의원 지역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할 때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정치세력과 참신한 정치신인들의 의회 진출을 가로막기 위한 치졸한 작태를 벌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선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16일 본회의 표결에 앞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반 발짝 나아간 획정안마저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절대다수라는 물리력을 동원해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의민주주의 투표 가치 존중과 합리적 선거구 획정을 위해 소신투표를 꼭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하 의원을 비롯해 소수정당 의원들의 요구와 바람은 전체 의원 53명 중 48명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인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무참히 묵살됐다.
■“민의를 저버린 개악…경남도는 재의 요구하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경남도의회가 민의를 저버린 결정을 한 것인 만큼 집행기관인 경남도청은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공식 요구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자유한국당 소속 경남도의원들은 획정위 안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경남도민도 존중하지 않는, 그야말로 그들 밥그릇만 챙기는 치졸한 민낯을 또 한 번 보여줬다”며 “경남도는 경남의 미래를 위해 최고 행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똑똑히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도 가세했다. 권민호 예비후보는 15일 저녁 도의회 현관 농성장을 찾아 뜻을 같이한다는 점을 밝히며 격려했고, 16일 언론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경남도의회를 향해 강하게 요구했다.
권 예비후보는 “경남도의회 의원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 시도를 반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지수·김성훈 의원을 비롯해 비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의 저지 농성을 적극 지지한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민심을 저버리고 자신들만의 도의회를 만들기 위해 벌이고 있는 치졸한 집단행동과 의도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본회의 통과 후 도의회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강행 통과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집회 후 오후 3시 30분부터 30분 가량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과의 면담을 가지고 수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를 요청했다. 이에 한 권한대행은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와는 별도로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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