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과의 교역으로 매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미국은 한국을 보호하고 있다. 무역에서 손해보고 주한미군으로도 손해를 보고 있다. 남북 군사분계선 사이에 3만2000명의 주한미군이 있다. 어떻게 될 지 두고 보자."
15일(현지시간) 한미FTA 3차 개정 협상이 워싱턴에서 열리기 전날 주한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해석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은 미주리 주에서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 선거 모금 만찬 연설의 한 대목으로, <워싱턴포스트>가 음성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그는 동맹국인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한 백악관 관료는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노동자를 위해 한미무역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 대변인 데이너 화이트도 "한미관계는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면서 "한미 간 균열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치 "뺨 때리고 달래는 듯"한 미국 정부의 압박 속에 이미 한미FTA 개정 협상 중인 한국 대표단은 주눅이 든 상태다.
당초 한국대표단은 25%에 달하는 철강 관세 부과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를 이번 3차 협상에서 관철시키려고 했으나, 미국이 자동차 비관세장벽 해소 등 자국 내 주력 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제를 내놓을 경우 일방적으로 밀릴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미국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한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동원하고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첫날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면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해 16일 이틀째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레토릭'이라고 해도,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못한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위협'에 대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반가워할 얘기"라면서 "그의 발언은 역대급으로 준비가 부실한 미국 대통령이 나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위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며, 이 회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맹국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중추적인 존재이기에,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주한미군 철수할 용의가 있는지 묻는 것으로부터 북미회담을 시작하길 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존스홉킨스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위협 발언은 한국에서 보수진영이 급격히 득세하는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한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6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스>는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가 이런 위협적인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덜떨어진 협상의 기술"이며 김정은에게 힘을 보태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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