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맺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경제적 효과를 두고 정부와 야당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재협상으로 인하 경제적 손실이 연간 450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지난 2007년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연간 9000여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한미 FTA 추가협상 영향 분석' 자료를 통해 자동차 분야에서 무역수지가 감소하는 반면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는 생산ㆍ매출액 증가가 발생해 전체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맺은 원협정에 비해 연간 406억∼459억 원 가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추가협상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철폐가 5년간 미뤄짐에 따라 573억 원 가량 무역수지 감소가 나타나는 반면 돼지고기에서 70억 원, 의약품 분야에서 44억∼97억 원 가량 생산ㆍ매출액 증가가 각각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부는 "추가협상에서는 자동차를 비롯해 대기업의 이익감소를 감수하는 대신 취약한 축산농가와 제약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주로 중소기업의 영역인 자동차부품은 원협정과 동일하게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므로 중소기업에게 큰 기회"라고 주장했다.
재정부는 "자동차는 관세철폐 시기가 4년 뒤로 늦어졌을 뿐 5년차부터는 원협정과 동일한 대미 수출증가 효과가 나타난다"며 "추가협상의 경제적 효과 감소액은 한미 FTA 비준이 지연되어 발생하는 국가적 기회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라고 거듭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재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 여야정협의체' 3차 회의에서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이런 영향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외교통상위원회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2007년 정부가 제출한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즉시 철폐로 발효 후 5년간 대미 수출이 연평균 8억7100만 불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고 지적했다. 원화로 연간 9100억 원 정도 된다는 것. '관세' 이외에 다른 변수가 없는데 재협상에 따른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 자동차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여기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철폐 유예로 인해 2007년 원협정에 비해 4년간 대미수출 증가액 34억8400만 불이 감소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당초 FTA 추진과정에서 자동차 분야의 이익이 막대하다고 주장해 왔던 정부가 이제 와서 4년간 관세철폐를 유예해도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모순된 주장을 펴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한미FTA 처리 시점이 9월로 미뤄질 조짐을 보임에 따라 우리 국회에서 비준 시점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외교통상부에선 "8월 처리"를 고집하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도 "서두를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경필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미국에서 8월 처리가 어려워진다면 국회에서도 8월에 할 이유가 없다.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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