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주 초 물가 종합 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계 장관들이 매주 직접 물가 상황을 챙기는 회의를 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물가 관련 차관회의가 장관회의로 격상되는 것. 이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회의만 너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물가 관계 장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된 회의는 당초 9시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9시 50분까지 진행됐다.
이 회의에 배석했던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오늘 회의는 상황 점검과 토의가 있었던 것이지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심이 돼서 관계 장관들이 매주 직접 물가 상황을 챙기는 회의를 하라"면서 "이 회의도 가급적 현장에 가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실질적 대책이 나오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박 대변인이 밝혔다.
또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주요 생활 물가 10가지 정도, 예컨대 버스나 지하철 요금 채소 값 등을 선정해 16개 시도별 물가 비교표를 만들어서 매달 공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단속이나 점검 등 통상 방법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물가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발굴 검토하라"면서 "민간의 자율적 경쟁 유도, 유통구조상의 제도 개선, 관습과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 문제에 대해선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상적 방법을 탈피하라는 것이, 주유소 장부를 들여다보겠다는 기재부 방안에 대한 지적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유추해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이 '창의적 발상'을 주문했지만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됐고 최근의 장마로 인해 신선식품 가격이 들썩거리는 상황에 대해 마땅한 답을 찾기가 어려운 것. 이 대통령 역시 "물가문제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인 만큼 그런 것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주 초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부 종합대책이 발표될 것이지만 '획기적 방안'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이유다. 게다가 회의를 위한 회의만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날만 해도 경제부처 장관들은 오전 7시 30분에 청와대에서 물가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오전 10시부터는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진행했다.
매주 두 번 정례회의가 있는데 여기에 물가 관련 회의까지 따로 하게 된 것. 세번 씩이나 얼굴을 맞댄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이 '현장'과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회의 준비로 현장에서 멀어지는 역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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