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상대로 열린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방문진 이사들의 최근 'MBC 독립성 침해'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김우룡 이사장이 야당 의원의 질타에도 "(방문진이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사 경영에 편성과 보도도 포함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방문진 'MBC 길들이기' 넘어 'MBC 죽이기'"
서갑원 의원(민주당)은 김광동 방문진 이사가 이사회에서 "(MBC) 방송이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과 헌법 정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발언한 것 등을 들어 "이사회가 MBC를 국가 권력에 속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는 법적 근거없이 방송 편성에 대한 규제나 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4조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볍률을) 위반하면 처벌될 수도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2년 이내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면서 "(방문진 이사진은) 방문진법상 명시된 업무 범위를 넘어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보도와 관련해 지나치게 개입하고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세환 의원(민주당)도 "방문진이 'MBC 길들이기'가 아니라 'MBC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경영권과 편집·편성권은 분리돼야 하지 않는가. 김 이사장은 독재 체제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방송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상실하면 그날로 바로 죽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창수 의원(자유선진당)은 "방문진은 지난 9월 이사회에서도 <2580>, <뉴스 후>, <PD 수첩>의 통폐합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바로 편집·편성권에 대한 침해"라며 "방문진 중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 지나치게 의욕이 과잉되어 있는 듯하다.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부터 다시 공부하셔야 할 듯"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이사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성윤환 의원(한나라당)은 "방송이 나간 이후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 때 옳은 프로그램인지 아닌지 사후 보고를 받는 게 편성권 침해에 해당하냐"며 "사전 검열은 문제지만, 사후 보고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김 이사장을 두둔했다.
더 나아가 최구식 의원(한나라당)은 '<PD수첩> 제작자 사퇴 압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구식 의원은 김우룡 이사장에게 "<PD수첩>을 만들었던 조능희·이춘근·김보슬 PD는 회사를 떠났냐"고 묻고 "보직 변경이 됐다"는 대답에 "떠난 건 아니라는 말인가. 대단히 좋은 회사다. 물론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나라에 3조70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이런 잘못을 하고도 회사에 있을 수 있다니"라고 말했다.
김우룡 잇단 '소신 발언'?…"'손석희 교체'는 엄기영이 알아서 할 일"
이날 김우룡 이사장은 야당 의원의 비판에도 '방문진의 권한 내의 일일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 발언 논란을 놓고 "그런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방문진 합의로 MBC에 특정 지시를 내리거나, 개별 프로그램에 개입한 적은 없다"면서도 "넓은 의미에서 경영권은 MBC의 편집권과 편성권을 포함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경영권과 편집·편성권은 분리돼야 하지 않는가'라는 장세환 의원(민주당) 등의 질문에 "편성의 자율권은 인정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방문진이) 시정을 권고하는 게 맞다. 방문진법에 의하면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는 게 방문진의 의무"라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도 "지금 MBC는 경영, 콘텐츠, 신뢰라는 3대 위기에 처해 있다", "자체 제작 드라마가 30퍼센트 수준으로 '드라마 왕국'이라는 MBC의 명성도 옛 말이 됐다", "<뉴스데스크> 시청률도 지상파 뉴스 가운데 최하위다"고 하는 등 MBC 보도와 편성에 관한 비판을 쏟아내 야당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한편, 김우룡 이사장은 MBC <100분 토론>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교체 논란에 대해서는 "엄기영 사장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김창수 의원이 손석희 교체 여부를 묻자 "<100분 토론>이 시민 의견을 조작한 사례가 있어 실태를 보고하도록 하고 이런 문제가 추후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을 뿐"이라고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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