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고받은 뒤 참모들을 향해 "거 봐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4월에 열자고 얘기했다"며 "정의용 실장이 우선 남북 정상이 만난 뒤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게 좋겠다고 말해서 시기가 5월로 늦춰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빨리 대화할 의지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현지 시각 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가급적이면 빠른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보니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북미 대화를 촉구했다.
정의용 실장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바로 "좋다. 만나겠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 성사에 대해서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을 브리핑했을 때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주변 배석자들을 둘러보며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에게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오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 이름으로 이곳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달라"고 부탁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정의용 실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못하고 이 제안을 수락했으며,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발표문을 조율했다. 최종 발표문은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애초 정의용 실장은 미국 시각으로 8일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에게 방북 성과를 브리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브리핑 도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리 오라'는 전갈을 받고, 약속한 브리핑 시간을 15분 남겨둔 4시 15분에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만큼 북미 대화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미국이 부과한 '철강 관세 25%'에서 한국을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매티스 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정의용 실장이 전했다.
방미단은 미국 시각으로 9일 오전 미국 관계자들과 후속 협의를 진행하고, 기자 간담회를 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 서훈 국정원장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국 시각으로 오는 12일부터 1박 2일간 일본을 방문해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일본 정부에 설명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 방문 계획에 대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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