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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봉주 '네가 애인 같다'…새벽에 '와줄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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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독] "정봉주 '네가 애인 같다'…새벽에 '와줄 수 있냐'"

성추행 2주 뒤 이메일에 생생한 피해자 심경 담겨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지인들이 피해 사실 증언에 나섰다. (☞관련 기사 : [단독] "나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 당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2011년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A 씨의 '미투(#MeToo) 폭로'를 보도한 이후, A 씨의 진술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주변인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당시 큰 모멸감을 느낀 A 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조용히 털어놓으며 하소연 했던 것이다. 7년이 지난 뒤 A 씨의 기억에 의존한 <프레시안>의 1차 보도 내용보다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사실들이 담겨있다.

특히 당시 피해자와 교제 중이던 남자친구 K 씨로부터 건네받은 한 통의 메일에는 성추행을 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A 씨의 심경을 비롯해 사건 당시의 정황이 매우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해당 메일은 A 씨의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K 씨가 A 씨로부터 메일을 받은 날짜는 2012년 1월 5일이다.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날로 추정되는 2011년 12월 23일로부터 약 2주가 지난 시점이다.

메일 첫 머리에서, A 씨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희석될 줄 알았는데, 그게 되지 않아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정봉주는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게 권위의식 없이 소탈하게 서민들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이 좋아 그를 많이 따랐다"면서 "구속수감이 확정 판결 난 날에 그 사람과 통화를 하고, 수감되기 전에 한 번 더 보기로 했다"며 "여의도의 한 호텔 로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A 씨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생생하게 밝혔다.

"마지막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 데 정 의원이 저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순간 놀라 그 사람을 밀쳐내고 나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정 의원은 온 국민을 대신해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감옥행을 2일 앞둔 날이었습니다. 부인을 포함한 가족들은 시름에 쌓여 있을 테고, 국민들 역시 정 의원을 지지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런 국민들 중 한 사람이었고요. 혼란스러웠어요. 호텔을 박차고 나오는데 제 존재가치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중략)

'네가 마치 애인 같구나, 어느 언론사 전형을 진행 중이냐, 성형도 해 줄 수 있다, 일이 이렇게 풀리지 않으면 졸업도 축하해주려 했었다'는 그 사람의 말은 저에게는 모욕 그 자체였습니다."

A 씨는 "혼란스러운 것은 정치인으로서 그 사람의 정체성 때문이었다"며 "그 사람은 분명 온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희생하는 정치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사적인 모습의 그 사람은 부도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 화가 났던 점은 큰 '대의'를 위해 그 사람에게 이런 시시콜콜한 여자 문제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을 받아서였다"고 토로했다.

▲A 씨가 과거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백한 메일. 날짜는 사건 발생일 2주 뒤인 2012년 1월 5일이다.

▲A 씨가 과거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백한 메일.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날짜가 '크리스마스 이브', '감옥행 2일 앞둔 날'로 기술된 점은 <프레시안> 첫 보도에서 진술한 날짜(12월 23일)와 하루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A 씨는 "정 전 의원의 수감일을 잘못 기억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즉, K 씨에게 보낸 메일을 작성할 당시, 정 전 의원의 수감일을 12월 25일(실제 수감일은 26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K 씨 외에도 A 씨의 다른 지인들의 증언 또한 구체적이며, 기사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현재 언론계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 김모 씨는 첫 보도가 나온 7일, 기자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다. 김 씨는 "아무래도 피해자가 제 지인인 것 같다"며 "혹여 저의 갑작스러운 연락이 A 씨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어 부득이 메일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A 씨와 언론사 시험 준비를 같이 했다고 밝힌 김 씨는 A 씨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듣던 상황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김 씨는 "2012년 6월 16일 경으로 기억하고, 오후쯤 스터디가 끝나고 신촌 소재 카페의 테라스에서 A 씨를 포함 여자 셋이서 이야기를 했다"며 "그날 스터디 주제가 '○○녀' 등 여혐 논란 비슷한 거여서 그때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A 씨가 고백할 게 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김 씨는 당시 A 씨에게서 들은 피해 사실이 기사에 나온 그대로라고 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날짜, 장소 모든 정황이 너무 제 기억이랑 똑같아서 눈치를 채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크리스마스 전, 감옥 가기 전에 자기를 부르더라. 그때 아마 정봉주가 자기 아내랑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고 싶다고 수감 날짜를 미뤘는데 정작 자기한테 그런 짓을 하더라, 그런데 다음에 (TV를 통해) 아내랑 뽀뽀하고 그런 걸 보고 너무 경악했다, 이런 이야기를 했고요. 만난 장소는 룸이 있는 식당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정 전 의원이 A 씨에게) '너 내 애인해라'라고 말했다던 것이었어요. 들으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김 씨에 따르면, A 씨는 당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그때 카페에 사람이 없었는데도 소리를 죽여가면서 엄청 작게 이야기했고, 절대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어요. 또 '내가 왜 갔을까' 그렇게 자책하기도 했고요."

김 씨는 A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평소에도 종종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는 "정봉주가 TV에 나올 때마다, 얼마 전에 사면됐을 때도 계속 생각났다"며 "제 경험도 아닌데 들은 제가 6년 전 일을 그렇게 다 기억한다면 피해자는 나보다 열 배는 더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봉주가 언론에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데, 얼마나 자주 그런 일이 있었으면 그런 건가 싶다. 빨리 인정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힘없고 약한 사람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법이든 행정이든 무의식적으로 배어 나오지 않겠나. 절대로 서울시장 출마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A 씨 다른 친구 정모 씨는 사건 당일에 A 씨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 정 씨는 <프레시안> 기사를 본 뒤 친구 A 씨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하고 A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

정 씨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려고 일산 저희 집에 A를 포함해 셋이 모였고 만났을 때는 이미 해가 다 저문 상태였다"고 했다. 그 또한 당시 A 씨로부터 들은 내용이 기사 내용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A가 정봉주한테서 새벽에 문자가 왔다면서 그걸 보여줬는데 '와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어요. 순간 '미친놈이네' 이런 생각이 딱 들었어요. 그 다음은 정확히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 집적대면서 뭔가 했다는 이야기 듣고 친구랑 '진짜 토 나온다' 이랬어요.

아내도 있는 남자가 딸뻘인 사람한테 수감되기 며칠 전, 그것도 새벽에 연락했다는 게 너무 황당했어요. 저는 정치 성향이 진보 쪽이라 (정봉주를) 신뢰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확 무너졌어요. 그러다가 아침 뉴스였나, TV를 보는데 아내분한테 잘 다녀오겠다고 영상 편지인가 그런 거 하고, 기가 막히다 생각했어요."

그는 "나도 그렇고 이 친구도 그렇고 그때는 갓 대학 졸업한 상황이라, 고소 같은 건 생각을 못 했고, 또 막상 수감되는 사람을 고소해서 뭐하겠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한테 진짜 있었던 일인데 사람들이 진실을 믿지 못하고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너무 슬프다.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 기억을 더듬는 것도 피해자에겐 너무나 힘든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K 씨와 김 씨, 정 씨를 포함한 A 씨의 지인들은 향후 법정 다툼으로 번지더라도 적극 응해 사실을 증언하겠다고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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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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