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등에 따르면 미군은 한국에 석면 배관 사용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는 소파(SOFA, 한미행정협정) 규정 위반이 될 수 있다. 미군 기지 인근에서 석면이 사용된 게 밝혀지면서, 미군 기지 근무자 및 인근 주면 석면 노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의원과 환경보건시민센터(대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일 의정부 5개 반환 미군 기자 환경오염 실태 내부 현장 조사 결과를 밝혔다.
▲ 캠프캐럴에서 발견된 청석면 배관 사진 ⓒ홍희덕 의원실 |
이들은 "의정부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카일에서 가장 발암성이 강한 청석면이 고농도로 함유된 배관이 사용됐다"며 "2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에서 지름이 약 10cm와 17cm인 두 종류의 석면 배관이 존재하고 지층 3~5m 깊이로 묻혀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청석면이나 백석면이 함유된 배관 파이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석면은 최악의 발암 물질 중 하나로, 주로 능막 중피종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해 '침묵의 살인자', '조용한 시한폭탄'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히 청석면은 백석면보다 날카롭고, 폐에 들어가서도 백석면이 어느 정도 용해된다고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해 용해하는데 100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청석면은 한국에서 1997년 5월부터 사용이 금지됐고, 백석면은 2007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이들은 "1997년 이후에 사용한 경우 한국의 석면사용금지규정(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고, 현재 시점에서 석면 폐기물 안전 처리 규정(1%이상 폐기물, 산업안전보건법과 유해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국의 미군기지에서 석면 배관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고 평택 기지 등에서 유사한 배관이 사용됐다는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의하면 미군기지 석면 해체 제거 및 환경 복원 등을 담당하는 기업 관계자는 지난 4일 '의정부의 캠프 카일에서 발견된 석면 배관과 유사한 파이프를 평택 기지 등 전국의 여러 미군 기지에서 보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미군 기지의 석면 문제는 이번 만이 아니다. 부산 하야리야 기지와 군산의 미군 기지 등에서 석면 문제가 발생했다. 전국적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같은 석면이 사용된 배경에 대해 "미군 측이 외국(미국이나 일본)에서 석면 자재를 들여와 사용했을 가능성과 한국 내에서 청석면 파이프를 생산해 미군기지 등의 용도로만 사용했을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고 추측했다.
▲ 석면조사 분석 결과 ⓒ홍희덕 의원실 |
"미군 기지 환경조사 엉터리로 한 국방부 환경부 감사해야"
이들은 "미군 측은 그동안 청석면 배관 사용에 대한 정보를 한국 측에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미군 당국과 미 행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반환 미군 기지 시설 관계자가 미군 측으로부터 배관 파이프 석면 함유 가능성 등에 대해 전혀 정보를 제공받은 적이 없고, 한국 관련 기관들도 이들 시설물에 대해 석면 조사를 한 적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미군 기지에 사용된 석면 자재 기록인 석면 지도 등 모든 환경 정보를 한국 측에 제공할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환경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환경 문제가 발생될 경우 모든 해결 비용을 미군 측이 부담하도록 제도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환 미군 기지의 환경 복원을 엉터리로 진행하고 있는 국방부와 환경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고, "현재 운용중인 전국의 미군기지에서 청석면이 함유된 배관이 광범위하게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을 대상으로 석면 사용과 오염 및 피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추가로 의정부 주변 대기 환경 관련 석면 비산 조사(공중에 흩어져 날리는 석면을 조사하는 것), 의정부 지역 거주자 암 등록 자료 중 중피종암 환자 리스트 들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면은 6종류가 있다. 각섬석(amphibole) 계열은 청석면(crocidolite), 갈석면(amosite), 트레몰라이트(tremolite), 앤소필라이트(anthophilite), 액티놀라이트(actinolite) 등 5종이 있고, 사문석(serpentine) 계열; 백석면(chrysotile) 1종이 있다. 청석면은 6가지 석면 종류 중 발암독성이 가장 강한 종류다. 1972년 영국이 가장 먼저 청석면 수입을 금지했다. 1973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은 청석면 등 각섬석 계열의 석면을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1986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청석면의 뿜칠을 금지하는 석면조약 채택했고, 한국에서는 1997년에 갈석면과 함께 청석면의 사용이 금지됐다.
특히 일 일본의 경우 오사카 인근의 아마가사키에서 농기구 제조업체인 구보타공장에서 청석면과 백석면을 혼합한 수도파이프를 대량으로 생산하다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중피종암, 폐암 등 석면피해가 2005년도에 확인된 이른바 '구보타 쇼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서울 중구 소재 구 삼성본관 리모델링 과정에서 석면철거 준비 및 철거과정에서 뿜칠에 사용된 청석면이 주변으로 비산되어 사회 문제화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건물 내부의 사무집기에서 채취된 먼지시료에서 청석면이 검출됐고, 건물 밖 상가의 먼지와 토양 등에서 채취된 시료에서도 청석면이 검출되었다. 노동부의 현장조사에서도 청석면이 확인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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