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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지사의 '8인 협의체' 같은 모범사례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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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지사의 '8인 협의체' 같은 모범사례 나와야"

[의제27 '시선']민선 5기 1년, 지방정치의 변화와 개선방향

지난 7월 1일은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자 지방선거 사상 가장 큰 폭의 정권교체를 가져온 6.2 지방선거로 신임 단체장이 집무를 시작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시점에서 지방정치에 어떤 변화와 진전이 발생하였으며, 또 남아있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한 눈에 보는 민선 5기 지방정부의 전국 권력 지도

<표1>은 두 개의 변수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방정부의 정치 지형도를 나타낸 것이다. 가로축은 단체장과 의회 다수파의 당적에 따라 단점정부와 분점정부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 광역은 서울, 경기, 충남, 강원, 경남, 제주 등 6곳에서 기초는 77곳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다수당의 당적이 다른 분점정부가 출현하였다. 세로축은 사르토리의 분류에 따라 경쟁적 정당체계와 비경쟁적 정당체계라는 구분을 활용하였다. 경쟁체계와 비경쟁체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두 가지를 채택하였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갈등이 분출하고 있나

우선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재의(再議) 및 제소 현황을 살펴보았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조례가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예산집행이 불가능한 조례 제정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지방의회가 재의결하는 경우에는 법령위반사항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의 및 제소는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갈등이 첨예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반영한다.


재의의 유형은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특정 정당의 당론으로 채택된 무상급식이나 시민단체가 요구하였던 주민참여조례나 서울광장 개방과 같은 정치적 성격이 짙은 정책 영역이다(연번 4, 7, 9, 23).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6.2 지방선거 이후 무상급식을 당의 공식 정책으로 선언하고 추진하여왔는데, 한나라당이 집행부를 맡고 있는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정면으로 대립하였다. 경기도가 협상을 통해 타결한 반면 서울시는 대법원 제소와 시장 고소, 주민투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 유형은 단체장의 예산과 조직 편성에 대한 의회의 강력한 반대로 인한 갈등의 표출이다(연번 3, 10, 11).

김두관 지사가 제안하였던 조직개편안이 부결된 경상남도의 사례와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타결된 춘천시의 조직개편안, 청양군에서의 대폭적인 예산 삭감이 여기에 해당된다. 세 번째 유형은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데 단체장과 의회의 지위와 권한 다툼에 근거한 갈등이다. 군수의 일방적 임명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정선군의 사례나 현재 대법원에 제소중인 경기도의 <유급보좌관제 도입과 의회사무처직원 인사권 독립에 관한 조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른 지역의 경우 쟁소나 재의는 없었지만 이로 인한 갈등은 만연해 있다. 최근 눈에 띠는 권한 다툼의 가장 보편적 형태는 단체장의 계약 체결권에 대한 의회의 감시감독권한의 강화로 인한 재의와 소송의 분출이다(8, 13, 15, 17, 20, 21, 22).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예산 및 공유재산 승인과 관련된 협약 체결의 경우 의회의 사전 승인과 동의를 규정한 성남시의 <각종 협약체결 등의 체결에 관한 조례>이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재의를 요청하였고 성남시의회가 재의결 할 경우 대법원 제소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경인일보』, 2011.3.21).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마지막 갈등 유형은 중앙정부와 전국정당이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방의회가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급진적인 민생조례이다(5, 14, 16).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산남구의회가 제정하였던 <폐기물관리 및 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속칭 '환경미화원 임금 조례' 이다. 민주노동당 여승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본 조례는 청소용역업체가 지방자치단체와 맺은 계약서에 명시된 임금을 모두 환경미화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국 첫 사례로 청소용역업체와 환경미화원들이 인건비 지급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지자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어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춘천시의 <공동주택 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같은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조례안은 전용면적 55㎡ 이하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에 공동전기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춘천시는 본 조례에 대해 형평성, 계층 간 갈등, 주택법과의 상충 가능성 등을 들어 재의를 요구했고, 본회의에서 찬성 11, 반대 9, 무효 1표로 재의 요구시 3분의 2 이상 찬성에 필요한 14표를 넘지 못해 부결, 폐기됐다. 최근 본회의에서 부결된 부천시의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일명 SSM 조례)도 같은 맥락에 있다. 본 조례는 등록심의위원회의 설치와 단체장의 전통상업보존구역 설정 권한, 대형점포의 점포 개설 공사 30일 이전의 사업계획서 제출 등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보다 한층 구체적이고 강력한 규제 권한을 담고 있다(『경기일보』, 2011.2.16).

요약하자면, 오늘날 집행부와 지방의회 사이의 대부분 갈등은 경쟁적 단점정부 또는 경쟁적 분점정부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당히 많은 갈등이 의회의 지위 강화와 단체장의 권한 제한에 근본 원인이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정당 경쟁이 활성화되어 있고 의회권력과 단체장권력이 분립되어 있는 분점정부에서 훨씬 더 강력하게 분출되고 있다. 이는 경쟁적 분점정부 유형에서 가장 격렬하게 갈등이 표출되고 있으며, 특히 서울시와 경기도, 경상남도와 성남시가 갈등의 빈도와 강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샤트슈나이더의 지적대로 민주주의가 '갈등의 사회화와 조직화'에 있다고 한다면 현재 표출되고 있는 갈등 자체에 대해 그리 우려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갈등 자체의 표출이 아니라 그것을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해결할 지혜, 즉 갈등의 제도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영호남을 불문하고 지역패권정당이 장악하고 있는 비경쟁적 단점정부 하에서 드러나야 할 갈등이 봉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과 권한을 놓고 지방정부와 의회의 갈등이 봉인된 지역에서는 대신 이권다툼이 횡횡하고 있다. 다음은 한 지역 언론의 사설인데 문제의 본질을 잘 직시하고 있다.

"대구 중구의회 일부 의원들의 행태가 가관이다. 지난주 의장실에서 간담회를 하던 일부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찻잔을 집어던지는 통에 동료 의원들이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의원들이 다툼을 벌인 발단은 통장 임명과 관련된 의견대립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다른 한 의원은 열 살이나 많은 구청 간부에게 반말을 하다가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구의 구의원들이 주민 권익과 편익을 위한 문제 때문에 극심한 의견 차이로 다툼을 벌였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또 구의원 자신들의 이득을 추구하는 의제, 즉 의원 유급제를 비롯한 연봉 인상 등을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는 소문조차 들은 적이 없다(『영남일보』, 2010.12.8).

반면 과거의 비경쟁적 단점정부에서 탈피하여 경쟁적 분점정부가 들어선 경상남도의 분위기는 이와 딴판이다. 해당 지역 신문사는 "일당 일색 탈피, 반목과 타협의 낯선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변화된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새벽 2시 30분. 경남도청 임채호 행정부지사를 위시한 각 국장들이 경남도의회에서 꼬박 밤을 새우는 일이 있었다. 2011년 경남도 예산안 예결특위 심사가 여-야 간 첨예한 논쟁으로 결국 선례가 없던 차수 변경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현장에 있던 공무원이나 도의원들이 일제히 했던 말이 있으니, '이런 경남도의회는 없었다'였다. 이 말은 지난 6개월여 동안 펼쳐진 제9대 의회를 아우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김두관 도지사-한나라당 도의원-민주개혁연대 도의원. 이 세 정치 층위가 서로 물고 물리면서 도의회는 논쟁과 갈등의 장이 됐고, 대화와 타협을 이뤄내기도 했다(『경남도민일보』, 2010.12.14).

친환경무상급식으로 본 지방정치의 현황

먼저, 현재 무상급식의 전국현황을 살펴보자. 2011년 3월 현재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81곳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전면실시는 90곳, 부분실시는 91곳으로 전체 시군구의 79.0%에 해당한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전국 48개 시군구는 대부분 대구, 대전, 울산, 강원, 경북에 소재한 시군구이다. 흥미로운 점은 무상급식 실시가 꼭 당론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모두 석권한 인천 옹진군, 경기도의 이천시와 연천군, 경남의 고성군, 밀양시, 산청군, 거창군은 당론을 거스르고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도지사에서 시장군수, 지방의회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전남의 목포 등 8개 시군은 부분급식만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무상급식이 또 다른 중요한 정책결정의 주체인 교육청과 연관되어 있고 단체장의 의지, 해당 자치구의 재정능력 등 여타의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표3>은 정당의 경쟁체계가 친환경무상급식과 같은 복지정책에 미치는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있는 90개 자치단체 가운데 무려 62개가 경쟁체제였다. 경쟁적 단점정부(32.2%)보다는 경쟁적 분점정부(36.7%)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정책 결정에 미친 '교차압력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즉 한나라당이 다수인 지방의회가 반대하더라도 민주당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거나(인천동구나 의정부시,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 반대로 한나라당 단체장이 반대하더라도 다른 정당 의원들이 연대하여 추진하는 경우(과천시, 남양주시, 음성군, 서산시 등)가 여기에 해당된다.

거꾸로 비경쟁적 단점정부나 비경쟁적 분점정부 유형에서 무상급식 실시율은 뚝 떨어진다. 180개의 무상급식 실시 지역 중 전면급식이든 부분급식이든 비경쟁적 단점정부의 사례는 41개이며, 비경쟁적 분점정부는 15개 지역에 그치고 있다. 경쟁이 제한된 곳에서 무상급식 실시율이 낮다는 또 하나의 근거는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지역의 상당수가 무소속 단체장 지역이라는 점이다. 현재 전국에는 37개(16.2%)의 기초단체장이 무소속인데, 이중 10곳이 무상급식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 미실시 지역에서 무소속 단체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를 상회하고 이르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 현황

행정안전부의 보도자료(2010.10.30)에 따르면 2010년 9월 현재 전국에서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된 곳은 102개에 달한다. 6.2 지방선거 이후 주민참여예산제가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도입 요구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개혁정당들이 긍정적 관심을 표명하면서 이미 제정된 조례를 대폭 손질하거나 새롭게 도입하려는 움직임들이 잇따르고 있다.

<표4>는 권력구조와 주민참여예산제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90여 곳은 이미 6.2 지방선거 이전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이미 운용하여 왔기 때문에 선거 이후 새롭게 조례를 제정하였거나 취지에 맞게 제도를 대폭 손질하여 입법발의를 공표한 사례만을 선정하였다.



<표4>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신규로 도입되거나 추진을 모색하고 있는 지역은 압도적으로 경쟁적 단점정부이거나 경쟁적 분점정부이다. 경쟁체제에서는 6.2 지방선거 이후 인천연수구를 포함하여 6개 지방정부가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신규 제정하였지만 비경쟁적 체제에서는 임실군이 유일한 사례이다. 주민참여의 관건인 '지역회의'와 '예산위원회' 규정을 구체화하는 등의 개정안을 준비하거나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입법 예고한 사례 역시 경쟁적 정당체계에서 활발하다.

결론: 정당정치화 시대의 갈등 관리 제도의 모색

지금까지의 분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다원적 정당체제로의 전환이 빈번한 갈등을 촉발하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정치의 영역에서 재의 및 제소, 충돌이 과거보다 빈번해지고 격렬해지고 있다. 대법원 제소나 쌍방 고소, 빈번한 재의 요구 등 갈등이 치열한 지역은 서울시, 경기도, 경상남도, 성남시와 춘천시가 대표적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비경쟁적 단점정부에서 경쟁적 분점정부로 전환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주민참여예산을 통해서 본 갈등의 양태 역시 이와 유사하다. 무소속 단체장이나 대구나 광주처럼 지역패권정당이 독식하고 있는 지역보다는 정당 경쟁이 치열하고 단체장과 의회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지역에서 제도의 도입에 적극적 호응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야당에게 승리를 안겨준 6.2 지방선거의 결과는 지방권력 차원에서 경쟁과 견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이러한 구조적 전환이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는 자치단체 내부 갈등의 증폭 현상이다. 과거의 갈등이 기본적으로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 상급기관 대 하급기관의 갈등이었다면 최근의 양상은 보다 다원화되고 있으며 특히 집행부 대 지방의회의 내부 균열이 일차적 대립 축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된 조례의 경우 지방정부와 의회의 갈등보다는 조례의 입법권 위임범위를 둘러싼 지방의회와 중앙정부의 대립이 기본 갈등 축이었다. 내부 갈등의 심화는 기본적으로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을 제한하고 지방의회의 미약한 권능을 강화하려는 의회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두 기관의 갈등 원인과 양상이 과거의 감정적·행태적 대립에서 정치적·정책적 대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경우 갈등의 빈도와 심각성에 있어서 위법 또는 무리하고 빈번한 감사, 법정 방법 이외의 자료제출 요구, 의회의 출석요구에 불출석 또는 대리출석 통보 등 감정적 대립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친환경무상급식이나 주민참여예산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지방정부와 의회의 갈등은 팽팽한 역학 속에서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힘겨루기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지방정치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은 정치화, 정책화, 내부화되고 있다.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지방정치의 정당정치화(party politicization)'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정부와 의회의 갈등은 유권자의 선호와 정당의 이념에 기초한 정책대립을 띠고 있으며 구체적인 양상이 조례제정과 예산투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국 오랫동안 고수되어 왔던 지방정치에서의 정당배제론 또는 비당파적 정치모델이 붕괴되고 책임정당정치 모델이 정착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정당정치화 현상이 구조적으로 정착·확장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다음의 대안들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첫째는 원 구성의 제도화이다. 이 문제는 선거 이후 매번 발생하는 고질적 이슈이자 지방정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처방은 의장단 선출 방식의 개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회에서 의장단 선출은 후보출마에 따른 정견발표나 후보등록의 절차 없이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 실제로는 다수당에 의한 사전 내정·담합·공모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황선출방식'(conclave)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의장을 뽑는 의원들조차 '내정자'가 알려지기 전엔 누가 의장으로 나서는지도 모르고, 막상 투표 때가 되면 의장이 되려는 사람이 의회 운영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투표용지에 이름을 써낸다. 다행히 최근 경쟁적 분권정부가 출현하면서 후보자등록과 사전 정견발표를 규정하는 등 선출방식을 개선하는 의회가 늘고 있다. 부산시, 경기도의회, 울산 중구, 대전 서구, 여수시의회는 이러한 절차를 운영규칙으로 명문화하였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 처방이 될 수는 없다. 필자는 한국 지방의회의 의장 역할을 미국 모델에서 영국 모델로 전환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하원의장은 의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역할 외에 자기가 속한 정당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관철시키는, 보다 당파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영국 모델에서 의장의 지위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의사일정을 관장하고 의회의 결정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언하되 특정 정당이나 파벌의 대표가 아닌 전체로 의회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한국에서 영국모델의 채택은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만연한 지방의회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의장의 대표 역할을 제고하고 의전상의 지위를 격상시키되 내용적으로는 중립화시킴으로써 갈등의 해소와 운영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가 상임위원장 배분이다. 이는 사실 분명한 해답이 있는 문제이다. 오늘날 대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정부형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회직의 배분이 제도나 관행 또는 정당간의 협상에 의해 '비례배분' 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안을 지방의회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먼저,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서는 의석비례에 따라 정당별 위원장 배분 수를 결정한다. 그리고 난 후 위원장 배분내용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선례를 고려하여 정당간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하되, 법정 기간 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① 과반수 정당이 있을 경우에는 그 정당이 위원장 배분수의 1/2을 먼저 선택하고, 나머지 위원회는 정당별 선호도에 따라 차례로 하나씩 선택하는 방법을, 그리고 ② 과반수 정당이 없는 경우에는 정당별 배분 수만큼 제1당부터 차례로 선호하는 위원회를 하나씩 선택하도록 하는 교차배분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는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많은 갈등이 기존에 구획되었던 권한 배분의 변경, 즉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을 분권하여 공유하자는 지방의회의 요구에 기인하고 있다. 사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의회사무처 직원의 임명(83조),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조례 제정(123조) 등 중요 사항에 대한 양 기관의 협의의무를 법제화하고 있지만 구속력을 담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기적으로는 지자체 사업의 인허가와 재정 편성권, 그리고 인사권이 있는 단체장이 주요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해당 상임위와 사전협의를 제도화하고 협의 의무가 있는 규정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사청문회의 도입이다. 지난 1년 사이 낙하산 인사, 지방공기업에 대한 정실인사 등 여러 문제가 터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분권촉진 핵심과제로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제도 도입을 선정하여 그 가능성을 밝게 해주고 있다. 실제로 성남시는 지난 2월에 지자체 최초로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성남시청소년육성재단 상임이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인사청문회 도입은 법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무엇보다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조례만으로는 강제력을 지닌 청문회 도입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중앙정당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각 정당들은 파당적·지역적 이해를 벗어나 장기적 안목에서 상위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상위법 개정 전까지는 인사 규정이나 규칙을 제정해 인사 청문회 대상인 정부 부시장, 산하 공기업 사장 등을 임명하기 전 해당 상임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단계적으로 실험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의회가 전문가 그룹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 초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한편 특정 지위에 한해 일정기간 시범 운영한 뒤 성과에 따라 확대 시행하는 점진적 인사청문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를 위한 가시적이고도 필요한 조치는 의회의 인사권 보장이다. 의회사무처 전문위원과 관리직 임면을 단체장의 필요나 잉여 인력의 방출 차원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의회가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셋째, 가장 손쉽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단체장의 설득 능력의 제고이다. 미국 모델이든 유럽 모델이든 지방정치의 공통점 중 하나는 지방정부 수장의 권력은 곧 설득하는 권력이고 이것의 성공여부가 지사나 시장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의회 기술(legislative skill)을 중요하게 간주하여 왔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의회에 비해 시장의 힘이 압도적인 강시장제와 일반적 형태로 자리 잡은 분권정부 하에서 갈등 해결의 일차적인 책임은 시장에 있다. 단체장의 대 의회 설득기술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로는 정무부지사나 정무부시장의 협상 권한을 확대하여 소통 기능을 강화하고, 주요 현안에 대하여 상임위원회와 실국별 정기협의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도지사 업무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제도화되지는 못했지만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제안하였던 '8인 협의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광재 지사는 강원도의 최대 현안인 알펜시아 문제와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행부에서는 도지사·행정부지사·경제부지사·기획관리실장이, 도의회에서는 도의장과 부의장 2명·운영위원장 등 양쪽에서 4명씩 참여하며 매달 정례적으로 회동하는 '8인 협의체'를 시도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이제 더 이상 지방정치는 탈정파적, 가치중립적 영역이라는 행정학적 인식, 즉 지방자치는 중앙의 입법부와 행정부가 제정하는 법령(헌법 제117조 제1항)의 테두리 안에서 전개되는 정치 중립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당관여는 오히려 주민들의 반목과 갈등을 초래할 뿐이라는 논리가 보수적 주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더 이상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분리하여 이해하려는 입장 또한 비현실적이라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할 지점은 중앙집권적 정당체제 하에서는 중앙정치가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파급, 확산되어 지역이슈가 실종되고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 아니라 이를 구조적·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정당정치화 시대에 부합하는 제도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와 단체장의 설득 기술 제고, 실효적인 주민참여를 실천하는 것이 그 해답일 수 있다.

※ 본 원고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정상호. "지방정부 '구조'와 지방정치 '갈등'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경제와 사회』(2011.여름). 통권90호를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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