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까지 현재 50%에 달하는 비정규직 비율을 30%까지 줄이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까지 높이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노동자 평균임금의 35% 수준에 불과한 최저임금도 6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이유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사용사유제한' 등 참여정부에서 열린우리당이 강하게 반대했던 진보정당의 요구사항도 고스란히 포함됐다. 상당히 '급진적인' 내용이 다수 담긴 셈.
이인영 위원장은 "9월 정기국회 때 당론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당장 법제화 노력을 시작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걸고 국민의 지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비판과 함께 여러 가지 '공자님 말씀'을 모아놓았을 뿐 전체적인 큰 틀의 그림과 본질적 구조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불법파견 고용의제·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민주당 비정규직특위와 민주정책연구원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의 대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그동안 비정규직특위가 전문가, 현장 활동가,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등과 함께 토론을 통해 만들어낸 종합대책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다.
기조발제에 나선 이인영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으로 △정규직 확대 △차별 시정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저임금 보장을 내세웠다. 그를 위해 우선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자치단체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모범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과제를 보면 그동안 진보정당에서 요구하던 정책대안이 거의 모두 담겨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의 사용사유제한 입법화다. 이는 2005년 통과된 비정규직법 제정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강하게 반대했던 대표적인 조항이다.
이인영 위원장은 "출산, 육아, 질병, 부상, 휴직 등으로 인한 결원을 대체할 때나 계절적 사업의 경우 등에만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 민주당 비정규직특위와 민주정책연구원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의 대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연합뉴스 |
고용의제로 관련 조항이 개정되면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받고도 원청이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 같은 사례는 사라지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조항의 경우 기존에 '고용의제'이던 것이 2005년 파견법 개정 당시 열린우리당에 의해 '고용의무'로 후퇴된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고용친화적 공공부문개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권고하고 규제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근로기준법에 명시하겠다"
차별시정 대책과 관련해서 민주당은 "근로기준법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겠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 "고용 형태 등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못 박겠다는 것이다.
유명무실한 차별시정제도의 보완을 위해 신청주체를 노동조합, 상급단체 등으로 확대하고 차별판단의 비교대상을 넓히겠다고 다짐했다.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안을 검토 중이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이미 발의한 개정안의 내용대로 최저임금 결정주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국회로 바꾸는 방안과, 홍희덕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법안대로 최저임금 산출기준과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민주당은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제도를 도입해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당 36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 80만 명을 대상으로 연 7000억 원을 들여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담긴 실업부조 도입도 내놓았다.
그 밖에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은수미 "종합적인 '복지국가' 그림 나와야 근본적 해결 가능"
여러 분야에 걸쳐 기존의 민주당 당론보다 더 급진적인 내용이 이날 발제에 포함된만큼 토론자들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예전 민주노동당인가 싶을 정도로 잘 정리된 좋은 대안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다양한 각도에서 지적됐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대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접근인지 아쉽다"는 것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계적인 정책이 없으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일회적이고 부족한 혹은 잘못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괜찮은 일자리 없이 복지국가가 없고, 양극화 상황에서 복지국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좀 더 분명히 제시해 종합적인 노동·사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는 이중적 노동시장과 낮은 노조 조직율·단체협약 적용율, 돈을 낸 사람만 보험의 혜택을 누리는 기여형 사회보험제도가 서로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의 안이 모두 실현된다 하더라도 은행권 등에 만연해 있는 무기계약직, 이른바 '중규직'이 받고 있는 차별까지 개선되기는 어렵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대책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노동, 사회정책'의 하나로 놓아야 한다"며 "일회적이거나 전시용 정책이 아니라 '한국사회 새판짜기'의 출발점의 관점에서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경제의 체질과 체제를 바꾸는 것까지 구상하지 않는다면 결국 집권 초기에 의욕적으로 나서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예산타령으로 흐지부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과반 이상 의석 가지고도 못했던 얘기를 다시 원점에서?"
'현실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직담당 부위원장은 "참여정부는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도 양극화 해소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다시 사용사유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얘기하면서 과거의 원점으로 돌아간 것을 보면 이 종합대책이 집권을 위한 목적인지 비정규직을 위한 목적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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