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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앙' 시간이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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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앙' 시간이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31>수렁에 더 깊이 빠지기 전에

4대강이 심상치 않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 것도 아닌데, 이강 저강에서 수상한 소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철교 무너지는 소리, 둑 내려앉는 소리, 강의 이 구석 저 구석이 사정없이 패 내려가는 소리, 강바닥을 가로지르던 지름 1m나 되는 수도관이 급물살에 부러지는 소리, 모두가 예사소리가 아니다. 물막이·진입로의 유실이나 작업용 다리의 붕괴 같은 것들은 임시 구조물의 일시적인 사고이므로,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거대한 '보'(洑)를 세우고, 바닥 모래를 긁어내 물길 '고속도로'를 내는 강의 '구조 변경'은 험악한 재앙의 예고편 같은 모습이다.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삽질로, 자연의 강을 인공의 강으로 바꾸려는 데서 4대강 사업의 비극은 시작된다. 보를 세워 강물을 막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은 물의 깊이를 6m이상 되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배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지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배를 띄우기위해 강 물깊이를 6m 이상 되게 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보도 세우고 준설도 한다. 당초 MB는 운하를 계획했으나, 반대가 거세지자 1단계 목표를 뱃길 조성 쪽으로 수정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강이 굽이를 이루며 흐르는 데는 인간이 쉽게 알 수 없는 까닭이 다 있다. 그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지금, 강을 될 수 있으면 직선화하는 것도 뱃길 때문이다. 준설과정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다리의 교각이다. 강바닥에 얕게 박힌 교각의 주변에서 모래를 파내면, 다리의 안전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교각보호공사가 사전에 필요한데도, 그 공사 빼먹고 준설하다 사고를 친 게 '호국의 다리' 붕괴다. 낙동강과 한강에서만 그 같은 교각 보호시설을 필요로 하는 다리가 31개나 된다고 했다.

준설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철교나 둑의 붕괴는 바로 준설로 새로 생긴 강바닥 '고속도로'를 달리며 '거세진' 물살이 일으킨 사고들이다. 뒤이어 큰 문제가 온다. 장마철 많은 물이 흐르면, 그 '고속도로'에 4대강의 수많은 지천(支川)에서 모래가 몰려들어 바닥을 다시 메우고, 그 모래를 또 죽어라고 준설해 뱃길을 내야하는 반복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번 비에도 벌써 수많은 모래톱들이 새로 생겼다.
▲ 붕괴된 왜관철교. ⓒ뉴시스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달리 어찌해볼 수 없는, '시지프스의 신화' 같은 '모진 팔자'를 타고난 게 MB정권 4대강 사업이다. 모래가 강의 본류로 휩쓸려 내려가며 지천의 강바닥이 패는, 그래서 다리 붕괴 등 지천에서의 '별도 재앙'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거세진 물살은 본류와 지천에서 끊임없이 사고를 칠 것이다. 모래는 또 쌓일 것이다.

보에 갇혀 불어난 물 때문에 유역에서는 작지 않은 홍수피해가 날 것이다. 지난달, 이와 관련된 경상남도의 용역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업이 끝나 보에 5m정도의 물이 찼다고 칠 때, 함안보 주변에서만 370만 평이 침수된다고 했다. 일부 논농사는 가능할지 모르나, 함안은 수박 등 특용작물 재배가 주된 생업이라,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보를 막아 호수가 생기면, 수면 면적이 넓어져 안개가 자주끼게 된다. 일조량이 줄어들 것이다. 농작물 생육에 영향이 미칠 것이다. 겨울철 갈수기, 보에 물이 머무는 시간이 늘면, 특히 수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뒤치다꺼리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우리들의 세금이 떼를 지어 4대강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당초 정부는 돈이 한 푼도 안 든다고 했다. 모래 팔아 충당한다고 했다. 사업비가 22조 원이라고 말한 게 엊그제인데, 3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곧 뒤를 이었다. 공사마무리 이후 유지관리비가 연간 2400억 원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관계자는 바로 이어 기존 시설물 보강과 환경기초시설유지비 등은 제외했다고 토설했다.

일부에서, 수자원공사가 충당해온 8조 원의 이자비용 4000억 원까지 합하면, 연간 1조 원의 유지관리비용이 든다는 계산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비에서 보았듯이, 파내면 또 메워지고, 준설해내면 또 모래톱이 생기는, 이 기막힌 공사현장에 얼마를 더 퍼부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라살림이 거덜나는 거 아닌지 겁이 나기까지 한다.

국가재정법상 5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공사는 반드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게 돼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500억 원의 1000배쯤 되는 돈이 들어갈지 모르는데도 타당성 조사 근처에도 안 갔다. 법도 아닌 시행령의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항목'에서, '재해복구지원'을 '재해예방·복구'로 고치고, '국가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란 조항을 추가해, 타당성조사를 피해갔다. 그러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재해예방사업'인가, 과연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인가.

4대강 사업은 목적부터 거짓말 투성이였다. ▲수질 개선 ▲수량 확보 ▲홍수예방이 주된 목적이라 했다. 그러나 ▲수질은 악화될게 뻔하고 ▲물은 모자라지 않으며(배 띄우는 데는 필요하다) ▲홍수는 4대강 본류 아닌 지천에서 주로 일어났다. 찬성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땅 짚고 헤엄치기'공청회도 열었다. 4대강 사업으로 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도 했다. 알다시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다.

국제기준으로 봐도 분명한 '대(大)댐'을, 그저 시골에서 논물이나 대는 '보'라 했다. 길이 86m에 높이 4.8m에 불과한 콘크리트 구조물도 관청에서 '댐'이라 부르는데(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안흥댐) 길이 500m이상이고 높이 10m가 훨씬 넘는 대형 구조물들을 '보'라 둘러댔다. 별로 큰 공사 아니라는 인상 주려했을 것이다. 호국의 다리·상주보·구미단수사고 등 분명히 4대강 사업 때문에 일어난 사고들도 우선 "4대강 사업과는 관계없는 사고"라고 거짓부터 말한다.

하여 4대강 사업은 '알 수 없는' 사업이 되었다. 우리가 어느 매에 맞아죽는지는 알고 싶은데, 어림을 할 수가 없다. 돈이 얼마나 들어가고, 얼마만한 어려움이 오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떳떳치 못한 총체적 거짓말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저 수습하기 쉽지 않은 재앙이 짓쳐오고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천주교의 최덕기 주교는 "4대강 사업이 민족의 장래까지도 위협한다"고 걱정했다. 간단치 않은 재앙이 몰려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MB정권은 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서둘러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기정사실'로 굳혀야 한다. MB쪽 생각은 오로지 그것이다. '속도전'은 그래서 나온다. 가을하늘 드높은 10월 8일 전후해서 '4대강 사업완료기념 행사'가 전국에서 열릴 것이다. MB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그러도록 공문을 보냈다. "수계별 지역별로 4대강 준공행사와 지역축제를 연계하는 경축대회를 추진하라"했다.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울 것이다. <四大江 天下之大本>쯤 되는 현수막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TV 중계팀도, 기자들도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카지노선(船)이 뜰 것이란 소문도 있다.

그러나 그 뿐일 것이다. 4대강은 청계천과는 다르다. 어느새 4대강 사업 지지이론을 제공했던 학자들이 침묵 속에 고개를 돌린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진실을 인정하고, 'MB이후' 예상되는 후폭풍과 '책임 추궁'도 걱정한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을 고무찬양했던 정치인과 영혼을 판 전문가, 사회인사 등을 망라해서 기록하는, <4대강사업 찬동인사 사전>을 편찬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은 책임을 따지고 특정인을 탓할 때가 아니다. 사정이 너무나도 절박하고 절실하고 엄중해 보인다. 결코 손 놓고 구경만 할 때도 아니다.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무언가 해야 한다. 시작해야 한다. 4대강을 찬성하던 사람 반대하던 사람 할 것 없이, 지금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수습논의'를 우선 시작해야 한다.

MB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논의는 시작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명박 씨 개인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들 모두의 나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나라 이 땅은 우리가 자손들에게 건강한 상태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터전이기 때문에 그렇다. 수습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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