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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개악', 비정규직이 더 힘들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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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개악', 비정규직이 더 힘들게 된 이유

[해설] 쟁점된 휴일 중복할증 배제...노동계 반발 예상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문재인 정부에서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27일 새벽,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1주일 최장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야간 합의해서 통과된 안이기에 별 무리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간 논란이 됐던 '1주일'의 개념을 '토·일을 포함한 주7일'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최대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논란이 돼 왔다. 일주일에 휴일이 2일(토,일)인지, 1일(일)인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다는 이야기다.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 노동시간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근로계약서에 휴일에 관한 사항을 명시할 것'(근로기준법 제17조), '1주 개근 시 주휴일을 부여할 것(근로기준법 제55조), '휴일 근로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것'(근로기준법 제56조) 정도가 명시돼 있을 뿐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여기에 연장노동을 주 12시간 이상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회사는 1주일에 총 52시간의 노동만을 시킬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주일 최대 68시간 노동이 가능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휴일이다. 노동부는 휴일노동이 연장노동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휴일노동은 휴일노동시간으로 따로 책정됐다. 이렇게 될 경우, 회사는 주 40시간에서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산한 52시간에서, 추가로 휴일(토·일) 8시간+8시간 더 일을 시킬 수 있다. 총 주 68시간의 노동이 가능한 배경이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장기화는 신규 인력 채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기존 노동자에게 추가노동을 요구한다는 것. '주 40시간 노동'이 도입됐음에도 한국이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장시간 노동하는 나라로 선정된 이유다. 유럽연합(EU) 정규직 노동자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으로 40시간을 약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쟁점이었던 휴일근무 증복할증은 인정하지 않기로

이번 개정으로 노동 시간이 줄었으나, 노동계에서는 반발한다. 휴일근무수당, 즉 휴일근무 중복할증 폐지가 문제다. 노사 간에 치열한 쟁점 사안이었던 휴일근무에 대한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노동계에서는 중복할증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휴일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의, 즉 평일에 일했을 때 받는 임금의 1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즉 평일 하루 일할 경우 10만 원을 받는다면, 휴일에 근무할 경우는 15만 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다만 휴일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200%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간 노동부는 휴일근무 관련, 휴일노동수당만 청구가능하다고 행정해석을 해왔다. 연장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휴일근무는 연장노동이기에 휴일노동수당과 함께 연장노동수당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관련해서 대부분 판례는 휴일, 연장근무수당의 중첩을 인정한다. 휴일에 일하는 것은 휴일근무일 뿐만 아니라 연장노동에 해당한다는 것.

2013년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을 보면 '1주간의 근로시간 산정 시 휴일근로시간을 공제하라는 취지로 보기는 어려운 점, 할증임금제도의 취지가 시간외근무 억제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휴일 외 다른 날의 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을 넘는 경우 휴일에 한 근로시간은 모두 휴일근무시간임과 동시에 초과근무시간에 해당하고, 그 근로시간에 대하여는 휴일근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중첩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바 있다.

이외에도 중복할증 관련 사건들은 대부분 중복할증을 인정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뿔난 민주노총, 노사정위에도 영향?

노동계에서는 이번 중복할인 폐지는 결국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피해가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현대자동차노조와 같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어떻게 되느냐와 관계없이 단체협약 등 통해 휴일 노동을 하면 통상임금의 200% 임금을 받아왔다"며 "이들은 법이 바뀐다 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단체협약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노동자에게 가장 유리한 협약서를 적용받는다. 반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기존 휴일노동으로 2배의 임금을 받은 노동자가 50%를 삭감한 임금을 받는다 해도 이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복할증 관련, 줄줄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법 개정이 진행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민규 위원은 "일부 사업장에서 법을 어기고 휴일노동에 1.5배만 지급하는 일이 벌어져서 각종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관련해서 대법원 판결이 곧 나올 예정"이라며 "그런데 대법 판결이 나오기 전에 아예 법을 뜯어고쳐 중복할증을 폐지함으로써 법원의 기능을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이 노사정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26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 등과 관련해 합의 없이 국회가 개입할 경우 노정관계 파행은 물론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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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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