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삼성전자는 2009년 3분기 영업이익 4조1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하도급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2008년 휴대전화, 2009년 LCD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하도급업체와의 상생경영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9월 18일 삼성전자의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의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10월 30일로 연기됐다"며 "이는 국정감사 이후에 심의·의결하고자 한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체결한 하도급업체와의 상생협약에 대한 이행 평가 역시 3분기에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지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발표와 협약 이행 결과 발표 시점을 분리하고자 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업체지만 협약 이행 평가는 높다는 모순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지난 3월 현대모비스에 부과한 과징금을 80%나 감면한 것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규정된 '50% 이내 혹은 면제' 조항이 아닌 시행령에도 없는 80%를 적용해 150억 원으로 부당 감면했다"며 "현대모비스의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나 처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2008년 삼성전자의 조사방해에 대해 과태료 부과가 있었다"며 "공정위는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별도로 조사·심의해야 하는데도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거짓 주장을 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지난 9월 15일 해명자료를 내고 "2007년 12월에 개정한 '과징금부과세부기준등에관한고시'에 의거해 과징금을 면제하거나 적정한 규모의 과징금만을 부과할 수 있다"며 과징금의 80%감면이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박 의원은 "공정위는 포스코가 2007년 12월 체결한 하도급업체와의 상생협약 이행을 평가하면서 협약 체결 대상이 아닌 업체에 대한 지원까지 모두 포함해 계산한 후 최우수 등급을 주었다"며 "이는 공정위가 포스코의 홍보실 역할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공정위가 SK그룹 계열사들이 지주회사 행위제한 유예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승인한 것은 SK그룹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SK그룹이 유예기간 안에 행위규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과징금부터 부과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07년 SK그룹과 함께 지주회사로 전환한 CJ그룹이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 CJ증권과 CJ자산운용 등 2개의 금융자회사를 매각한 점을 들며 "법을 준수한 CJ그룹은 금융자회사를 잃고 법을 어긴 SK그룹은 계속 보유하는 이익을 얻는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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