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좌클릭' 분위기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감세 유지, 영리병원 추진 등 '마이 웨이'를 걷겠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원칙에 전혀 변화가 없다"면서 "국민을 설득하고 의원들과 협의해 예정대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76명의 의원들이 추가감세 철회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당권 주자들도 7명 전원이 소득세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권영세·나경원·남경필·유승민 의원은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박진·원희룡·홍준표 의원은 감세 기조는 유지 쪽이다.
"부자는 미워해도 기업은 미워할 필요 없어"
청와대 기류만 딴판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2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세 감세는 귀착효과가 꼭 부자들에게만 간다고 볼 수 없다. 법인세 인하는 소액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 대주주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기업이 잘되면 근로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다 간다. 부자는 미워하더라도 기업은 미워할 필요가 없지 않나"고 주장했다.
대신 박 장관은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10년, 20년 뒤에 나와도 성과가 나올 건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서비스업 선진화도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병원에 민간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고 이익 배당도 가능케 하는 '영리병원'을 역점사업으로 꼽은 것. 이는 전임 윤증현 장관도 기획재정부 장관도 힘을 쏟았지만 여론의 반발은 물론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 등의 반대에 부딪혔던 사안이다.
박 장관은 "여야가 각종 걸림돌이 되는 법조항을 없애기로 했으니 진도가 빨리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투자개방형 병원은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골목병원·종합병원 이해가 다 다르다. 지켜보자"며 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취임 일성으로 '포퓰리즘과 전쟁'을 선포했던 박 장관은 독특한 인식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양극화라는 표현보다는 부문간 격차 이중구조 심화라고 쓴다"며 "(양극화는)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지 않나.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는 아니다"면서 "정치적인 용어라는 생각도 든다. 정치인들이나 언론에서는 자주 쓰지만 이 단어가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영리병원 대신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양극화 대신 '부문 간 격차 이중구조 심화'라는 추상적 어휘를 사용해 그 정치적 성격을 휘발시키려 하고 있는 것. 박 장관의 이같은 '프레임 변화 시도'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박 장관은 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크게 줄었지만 2009년 되면서 감소폭이 개선됐다. 작년에는 증가했다"면서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정규직 비정규직 임금격차, 중산층 비율 모두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양극화가 개선됐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는 경제 수장 박 장관의 인식이 정부를 대표하는 것이라면 27일 영수회담을 포함한 야당과의 관계는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관계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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