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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성추행 해명에 피해자 "그는 캠퍼스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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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성추행 해명에 피해자 "그는 캠퍼스의 왕"

청주대 출신 신인배우 송하늘 씨 SNS에 당시 성희롱 상황 설명

배우 조민기 씨가 자신이 몸담은 청주대 교수직 사임 관련, 성추행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피해 당사자가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을 폭로해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충북경찰서는 조 씨의 성추행 관련, 청주대학교에 진상조사 내용을 요청하는 등 내사에 착수했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한 신인배우 송하늘 씨는 20일 밤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로X포럼’에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 난 격려와 추행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그간 자신이 학생 시절 조 씨에게 당한 성희롱 사건을 폭로했다.

앞서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민기가 성추행 논란으로 면직됐다"는 폭로가 있었고 청주대학교 측은 조민기의 면직 사유에 대해 "학생들의 (성희롱) 피해 상황 때문에 중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민기 측은 "명백한 루머"라고 반박했다. 조 씨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통해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고, 교수직 박탈과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조 씨가 교직을 떠난 것은 성추행 루머가 아닌 수업 중 사용한 언행 관련 도의적 책임감을 지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조 씨는 20일 JTBC <뉴스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었다"라며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주고, 나는 격려였다"라고 적극적으로 성희롱 의혹을 해명했다.

“남자친구와 성관계 어떻게 하느냐 묻더라”

하지만 이러한 조 씨의 해명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식이 됐다. 송하늘 씨는 조 씨의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자신이 조 씨에게 당한 구체적인 성추행 상황을 밝혔다.

송 씨에 따르면 조 씨는 수년간 자신의 오피스텔이나 노래방 등에서 여학생들에게 강제 신체 접촉을 하고 성희롱했다. 송 씨는 “조민기는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했다”면서 “저와 제 친구에게도 자고 가라고 했고, 씻고 나오라며 옷과 칫솔까지 꺼내줬다. 문을 열고 나가니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배 위에 올라타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팔을 쓰다듬거나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송 씨는 “하루는 남자친구와 함께 불려갔는데 남자친구가 술이 약해 먼저 잠들자 조민기 교수는 남자친구와 성관계 어떻게 하느냐는 등 성적인 질문들을 농담이란 식으로 쏟아냈다”면서 “저를 곁으로 부르더니 가슴을 만지고는 생각보다 작다고 웃어넘기려 했다”고 전했다.

송 씨는 이외에도 “팀 회식 등에서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적을 수도 없다”면서 “2014년에는 노래방에서 조민기 교수가 술에 취해 여학생들의 가슴을 만지고, 다리를 갑자기 번쩍 들어 올려 속옷이 보이게 한 뒤 후배위 자세를 취한 채 리듬을 타기도 했다. 내게는 입술에 뽀뽀를 했다”고 증언했다.

수업 중에도 비일비재하게 성희롱 자행

송 씨는 조 씨가 수업 중에도 끊임없이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송 씨는 "공연 연습 과정에서 '너는 이 장면에서 이만큼 업이 되어야 하는데 흥분을 못하니 돼지 발정제를 먹여야 겠다', '너는 가슴이 작아 이 배역을 하기에 무리가 있으니 뽕을 좀 채워 넣어라',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 어제 00이랑 한판 했냐' 등의 성적인 농담을 모든 팀원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 씨는 "이외에도 전 학년이 둘러 앉아있는 자리에서 CC인 여학생들을 지목하며 “얘는 00이랑 섹스했대”,“너는 CC를 몇 번 했으니까 00이랑도 자고 00이랑도 잔거야?”하며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며 "이 일들뿐만 아니라 입에 담지 못하는 일들과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다 적지 못하는 일들도 수없이 많다"고 밝혔다.

송 씨는 그간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못한 이유를 두고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씨는 "2013년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에게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다.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 그는 캠퍼스의 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씨는 이번에 나선 이유를 두고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피해자를 스스로 숨게 만들어 가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꿈을 키우고 실력을 갈고 닦을 터전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이 성폭력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 씨는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그런 일이 있을 것임을 알고도 나서서 행동하지 못해 미안하다.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듯, 나도 그들에게 '조심하라'는 말 밖에 해주지 못해 정말로 미안하다. 부디 다시는 어떤 학교에서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한 괴물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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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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