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20일 "우리 정부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에 입각한 대응 조치를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며 "이를 외교 안보적 시각에서 확대 해석하거나, 상대방 국가에 대한 비우호적 조치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과 야당이 남북관계 진전이 초래한 한미동맹 균열이 미국의 통상 보복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로 공격한 데 대한 반박이다.
홍장표 경제수석은 이날 청와대 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우리 정부는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우리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 통상 문제에 대해 우리의 국익 확보라는 관점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그 잣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비롯한 국제 통상규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표 수석은 "WTO 분쟁 해결 절차는 분쟁 당사국 간의 불필요한 마찰 없이 분쟁을 해결할 가장 현실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반덤핑·상계 관세,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 등에 대한 무역 구제 조치의 실체적, 절차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한미 FTA 등 통상 이슈와 북핵 문제 등 외교 안보 이슈를 투트랙으로 분리 대응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외교 안보 이슈를 미끼로 통상 이득을 취해가는 전략을 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전략에 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북미 대화를 빌미로 통상 문제 양보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대화는 확실히 안전 궤도에 들어섰다. 튼튼한 한미동맹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인식이 (한미 양국의) 바탕에 있다"고 답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 한국 등 12개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53%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 등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의 조사 목적은 미국 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을 억제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정치 외교적 관점보다는 미국의 경제 산업적 고려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철강 제재를 검토하는 12개국 중에 한국, 중국이 포함되지만 일본이나 캐나다가 포함되지 않는 데 대해서 청와대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다 한국이 오해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철강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데, 미국에는 중국의 철강이 한국에서 가공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통상 당국에서 미국의 통상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가 '우회 수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주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WTO에 제소라는 수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WTO 제소가 아무 실익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우리가 한미 FTA 협상에서 WTO 제소를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WTO 제소는 한국의 FTA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WTO 제소에서 우리가 승소했음에도 미국 측이 후속 조치들을 하지 않는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우리도 미국에 보복 관세를 취할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조만간 이뤄질 한미 정상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 FTA나 무역 구제 조치 개선"에 대해서 언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 청와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대대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소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들어갈 때 미국 측에서는 무역 수지 적자 해소와 더불어 전면 개정이 아니라 소규모 개정을 제안해왔고, 지금도 소규모 개정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 범위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얻어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일부 언론이 한국 정부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에 대해 WTO에 중국 정부를 제소하지 않은 반면, 미국의 경제 보복에는 제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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