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무창 전 충북도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
<현재 교통신호체계의 문제점>
청주시 자동차 등록대수가 이제 40만대에 이른다. 주요 교차로에는 밀려있던 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해 정체와 지체가 반복되고, 출·퇴근길 ‘러시아워’시간대에는 녹색불이 들어와도 차량들이 뒤엉켜 막히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이러한 원인은 도로가 좁아서라기보다는 현재의 신호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청주시 주요 교차로 신호주기는 130~150초이며 개신오거리는 무려 170초로 매우
길다. 이렇게 신호주기가 길면 신호대기시간이 길게 되고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대기행렬이 길어져 자기 신호가 주어져도 2~4번 정도 신호를 더 받아야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이러다 보니 자동차를 빨리 보내기 위해서 보행자 횡단보행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특히 보행자가 대각선으로 횡단하려면 차량보다 두 배를 더 기다려야 하는데 교차로에서 가장 불리한 대접을 받는 것은 보행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운전자 중 점잖은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급해진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현재의 신호체계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교통체증이란 차가 심하게 막히는 현상으로 주로 교차로에서 일어나는데 통과하고자 하는 차량(이를 교통량이라 한다)은 많은데 이를 수용할 능력(이를 교통용량이라 한다)이 모자랄 때 즉, 교통량이 교통용량 보다 클 때 생긴다.
교통체증은 우리에게 많은 손해를 가져오게 된다.
우선 조급한 마음에 신호을 위반, 무리한 진입으로 교통사고(추돌 및 직각충돌)를 유발하게 된다. 또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서 있는 동안에는 엔진은 돌아가므로 비싼 연료가 그냥 낭비하게 된다. 그리고 환경을 오염(엔진을 저속으로 가동시킬 때에는 불완전 연소로 인하여 일산화탄소,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등 독가스가 많이 발생한다)시켜 다른 지역보다 공기가 더 나빠지게 된다.
<외국과의 신호체계 비교>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외국에서는 좌회전을 비보호로 처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들은 왜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는지 알아보자.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동서로 달리는 길과 남북으로 달리는 길 두 개가 만나 교차로를 이룬다고 가정해 보자. 차로폭은 30m라고 보면 횡단 보행자를 생각해 볼 때 한 신호의 길이(현시라고 함)를 최소한 30초는 주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는 좌회전 신호를 안주기 때문에 신호는 두 번만 바뀌며 동서로에 30초, 남북로에 30초씩 주어 신호 주기를 60초로 만들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방향에 한 번씩 동시 신호를 주어 네 번 신호를 바꿔 주어야 하므로 주기가 그 배인 120초가 된다. 동시 신호가 아닌 좌회전을 별도로 준 뒤 직진을 주는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우선 이 두 경우 교통 처리 능력을 비교해 보자. 외국의 경우는 항상 두 방향에서 접근하는 교통은 통과하고(예를 들어 남쪽과 북쪽) 다른 두 방향(즉 동쪽과 서쪽)의 교통량은 대기 하고 있어 교차로의 가동률은 50%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네 방향 중에서 하나만 통과할 수 있으므로 가동률은 25%에 불과하며 처리 능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같은 도로를 가지고 외국에 비해 절반 구실밖에는 못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교차로에서 밀리는 차량의 대기 행렬을 생각해 보자.
가령 동쪽 방면에서 동시신호로 진입을 하다가 신호를 놓치면 나머지 세 방향(서, 남, 북)에 신호를 주고 난 다음에 자기 신호가 떨어지기 때문에 90초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똑같은 교차로인데 외국에서는 신호를 놓쳐도 30초만 기다리면 다시 내 신호가 돌아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교차로에서는 외국보다 세 배나 되는
시간을 죽치고 보내야 하며 그러는 동안 계속 차량이 도착하여 대기차량 행렬은 늘어만 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교차로에서 직진하는 차량이 차로 당 5초에 한 대씩 도착한다면 외국에서는 신호가 한 번 바뀌는 30초 동안 차로 당 6대의 대기행렬이 생기게 된다. 녹색 신호가 열릴 경우 대개 2초에 한 대씩 차가 빠질 수 있으므로 이 차들이 다음 번 녹색신호가 열리면 12초 만에 모두 빠지고도 18초의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우리는 적색신호가 90초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차로 당 18대의 차량이 도착하여 외국보다 세 배나 되는 차량대기행렬을 이루게 된다.
이 차들은 90초 후 자기의 녹색신호 30초를 받더라도 15대밖에 빠지지 못하고 3대는 남게 되어 그 다음 번의 대기행렬은 21대로 늘어나게 된다.
똑같은 교통량을 갖고 외국에서는 차량이 30초만 기다리면 다시 자기 신호를 받는데 우리는 그보다 3배인 90초를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또 외국에서는 녹색신호의 반 이상이 남아 도는데 비해(이 시간 동안 비보호 좌회전을 하게 됨) 우리는 녹색신호가 모자라 한 번 더 기다려야만 통과할 수 있는 차량이 발생한다.
이러니 외국에서는 한적한 교차로가 우리나라에서는 꽉꽉 막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2현시 체계로 하면 신호의 연동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차량대기 행렬은 이보다 훨씬 줄게 된다.
이렇게 신호가 한 주기 동안에 2번 바뀌느냐 4번 바뀌느냐에 따라 교통공학적으로 천양지차가 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교통체증은 교차로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원리를 모르고 흔히들 도로를 넓게 만들어야 된다, 고가(지하)도로를 놓아야 한다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그러면 교통체증이 좋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는 일반인이 생각은 이해가 되지만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도 이런 주장을 하는데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자! 그러면 넓은 도로가 왜 안 좋은지 4차로와 8차로가 교차할 경우를 비교해 보자.
4차로는 주기를 80초로 잡아도 되지만 8차로는 보행자 횡단시간이 40초로 신호주기가 160초가 되어 배로 늘어나게 된다. 위에서도 설명을 했지만 신호주기가 길어지면 대기시간이 늘고 차량대기 행렬이 더 길어져서 오히려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넓은 도로를 만들고 교차로를 4현시 동시신호로 운영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또한 길이 넓으면 넓어질수록 보행자가 횡단하는 시간이 길어져 건너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넓은 길에서는 차량들이 과속으로 달리게 되고 횡단보도도 잘 만들어 주지 않을뿐더러 보행자 횡단시간이 짧아 교통사고까지 많아진다.
길 건너에 버스정거장까지 가기가 어려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도 줄어든다.
결국 넓은 길은 이래저래 건너기가 싫어지고 도시는 분리되고 마는 것이다.
<6차로 이상 교차로에서 좌회전 처리 특별기법>
비보호 좌회전은 4차로 이내의 교차로에서 적합하며 6차로가 넘어가면 차량이 교차로를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서 교통사고 위험이 높을 수 있다.
좌회전 처리 특별기법은 필자가 개발한 것으로 비보호좌회전 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법이라고 자평한다.
예를 들면 남쪽에서 동쪽으로 좌회전 할 경우 남쪽⇔북쪽 양방면 직진 신호시 북쪽 방면의 좌회전 차로에 대기 하였다가 동쪽⇔서쪽 양방면 직진 신호시에 회전하여 우회전 하면 된다. 이러면 신호주기는 120초(4현시)에서 80초(2현시)로 단축 되어 교통소통이 원활해 진다. 또한 보행자 횡단시간도 30초에서 40초로 늘어나 보행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이럴 경우 직진과 우회전 겸용차로를 유지하면 혼잡을 초래할 수가 있는 만큼 우회전 전용차로를 그리고 보행자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교통섬을 설치하면 별 문제가 없다.

<도입시 효과>
전용좌회전이 있는 교차로는 신호주기가 120초, 보행자 횡단신호시간은 30초이며 대기시간은 90초가 된다. 비보호좌회전으로 변경하면 신호주기는 80초, 대기시간은 40초로 줄어들고 보행자횡단시간은 10초가 늘어난 40초가 되어 보행자들도 느긋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게 된다.
@ 신호대기시간 감소로 차량소통 원활
@ 보행자 안전증진
@ 정체와 공회전으로 인한 연료낭비 방지 및 대기오염 개선 등이다.
<결론>
외국의 경우 좌회전 신호를 두는 교차로는 극단적으로 적어 전체의 10~20%이고 나머지 신호는 비보호좌회전이 허용된다.
청주시의 경우는 외국과는 거꾸로 비보호좌회전을 허용하는 교차로가 10% 내외로 아주 적다. 이유는 교통사고 위험 때문인데 외국의 경우 원활한 차량소통을 위해서 사고를 무릅쓰고도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고 있으나 우리는 안전을 위해 좌회전 전용신호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실제로 교통사고율은 OECD 가입국 중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가 1.9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그것도 평균에 2배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중 보행중 사망자가 40%로 OECD국가 평균에 무려 3배나 높다.
교통소통과 안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교통흐름이 원활하면 사고도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안전하자고 택한 좌회전 전용신호가 사고를 더 유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악의 교통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보호좌회전(좌회전처리특별기법) 확대 도입이라는 충격요법은 필요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울의 버스중앙차로제 도입 초기 못지않은 혼란이 예상은 되지만, 소통개선의 효과가 분명하다고 판단 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도입을 미루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국제기준에 맞춰 비보호 좌회전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사고 발생 시 신호위반(11대중과실교통사고)→안전운전불이행으로 도로교통법개정 하는 등 비보호좌회전 허용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에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필자는 관계당국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현재 10%미만의 비보호좌회전 허용을 좀 더 확대 도입하여 청주시 교통운영체계를 선진화 하는데 기틀이 잡혀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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