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직후, 중국의 펑더화이(彭德懷)사령관이 '중국참전비용 북한부담'을 요구함에따라 북한이 백두산 면적의 45.5%인 250㎢를 중국측에 떼어줬기 때문이다. 북한 면적이 그만큼 줄어 국토가 좁아진 셈이다. 그러나 남측의 계산으로는 중국에 준 그 땅도 여전히 우리땅이다. 중국은 유달리 땅과 자원 욕심이 많다. 반면 북한은 겉보기로는 '땅 인심'이 후해 보인다.
중국은 어느새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이라는 자기네 쪽 이름으로 부르며, 유네스코 자연유산 및 세계지질공원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백두산 땅 절반은 소유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경우이지만, 근래 들어 북한의 광권(鑛權) 등 돈이 될 만한 각종개발권들이 중국으로 줄지어 건너가는 중이다. 아시아 최대의 노천 철광산인 북한의 무산광산은 이미 2005년에 50년 개발권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중국과의 국경에 가까운 두만강 쪽 북한 광산들도 중국자본이 무리를 지어 몰려들고 있다.
지금은 청친·김책·함흥 등 북한 내륙지방에까지 중국자본이 손을 뻗치고 있다고 했다. 자원을 팔아서라도 돈을 만지고 연명을 해가야 하는 북한 경제의 절박함이 중국의 '땅 넓혀가기' 욕심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이 특별히 눈독을 들이는 데가 있다. 북한의 나선(라선·선봉)경제 특구 중 라진항이다. 라진항은 라진반도와 소초도·대초도로 둘러싸여 있어 선박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데다, 수심이 깊고 겨울에도 얼지 않는 이상적인 항구다.
▲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이 항구를 통해 동해 뱃길을 열어 간다는 게 중국의 간절한 염원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길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북한 측이 나선특구를 중국에 대폭 개방하는 대신 중국은 라진항의 부두 확장과 첨단기업의 대규모 진출을 성사시키는 등 '빅딜'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이와 함께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 해결을 지원하고, 압록강 하구의 북한섬 황금평을 개발해 준다는 계획도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경제를 대대적으로 개선토록 함으로써, 교류협력의 발길을 끊은 이명박 정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게 김정일 위원장의 속셈이라는 '대북소식통의 분석'도 보도되었다. 중국과 북한땅을 잇는 대대적인 교통인프라도 구축되고 있다. 철광석 수송을 위해 북한의 무산과 중국지린성 난핑을 잇는 철도 건설과, 나선개발을 위한 북한-중국 통로 6곳 등이 새로 개발·정비되고 있다. 중국이 철도를 새로 놓거나, 낡은 다리와 도로를 보수·포장해주는 작업이다. 북한과 중국은 그렇게 날로 '친해지고'있다.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가 오래 전에 남한의존도의 2배를 돌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남북관계는 날로 멀어지는 느낌이다. MB정권이 판을 그렇게 이끌어 가고 있다. 그게 결코 이익이 아니라는 평가가 꼬리를 무는데도 그렇다. MB정부 출범 이후 3년간,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남측의 직접적인 경제손실이 45억 8700만 달러에 이르고, 북한측 손실은 8억 8300만 달러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 경제연구원이 생산 및 부가가치유발 등 간접적 손실을 뺀, 남북간 경제 교류 협력 중 상업적 거래만을 대상으로 파악한 내용이다.
'천안함' 이후 정부는 5·24 대북제재 조치를 발동시켰다. 북한은 이 조치로 1년간 최대 3억달러까지 현금수입이 줄었으며, 이는 북한이 벌금을 무는 것과 같다고 MB정부는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좋아할 일이 아니다. 우리 측 대북경협 기업들이 오히려 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교역업체 154개 중 121개가 5·24조치로 사업을 중단했고, 19개 업체는 사업재개가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그간에만도 104개 기업이 입은 손해액이 4030억 원(3억 6000만 달러)이라 했다.
남북의 벌어진 '틈'을 중국기업들이 사정없이 파고드는 중이다. 바야흐로 북한에서 중국경제가 춤을 춘다는 소리도 있다. 이대로라면 북한경제는 결국 중국 경제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언젠가는 와야 할) 통일을 놓고 땅이 꺼지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6·25 참전 대가로도 땅을 받아갔고, 곳곳의 광권확보와 동해 쪽 뱃길을 얻기 위해 중국은 야금야금 땅의 사용권을 늘려가고 있다. 그렇게 중국이 온통 깃발을 꽂아놓은 북한 땅에, MB가 학수고대하는 '급변사태'가 당장 온다 해도 통일이 쉽겠는가 하는 걱정이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손 놓고 구경만 하는 판국이 너무나도 걱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에는 '동북공정'까지 있다. 고조선과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의 역사라는 게 동북공정이 몰고 가는 주장이다. 우리의 역사인 이들 나라가 고대 중국의 동북지방에 속한 지방정권이라는 것이다. 속으로는, 북한도 '과거 중국의 지방정권인 고구려 땅에 지금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중이던 5월25일 중국의 한 매체가 「북한이 중국의 성(省)이 되어야 한다」는 기고문 형식의 글을 실어 충격을 주었다.
가치중국망(價値中國網)이란 이름의 이 매체는 북한이 자신의 국가를 지켜내려면 중국에 가입해 중국의 편제 밖 성(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북한이 따라야 할 조건으로 ① 중국과 전면적 협력조약체결 ② 중국적 체제건립으로 중국의 노선이행 ③ 중국해방군의 북한주둔 ④핵무기의 중국이전 등 4개 항을 내걸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부속국이나 보호국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한 이 매체는 "북한이 중국의 부속국이 되면, 10년이면 먹고 살만 해지고 30년 뒤 한국과 대등해지면, 중국에 의지해 현대화를 실현할 경우 북한의 반도통일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이름없는 매체의 '헛소리'쯤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뿐이지만, 중국은 언론이 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도 마음대로 보도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 '개념'없이 "(김정일 위원장이) 지금 다행히 중국을 자주 왔다갔다 한다" 말할 때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자주 왔다갔다'하며 중국과 자꾸 더 친해지는 것을, MB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큰일이다. '왕따'당하면서도 박수를 치는 '사오정' 형국이다.
'북한과 중국'보다 '남과 북'이 더 '자주 왔다갔다'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보다 우리와 더 친해져야 한다. 그게 '다행'이다. 바로 우리가 분단 당사자여서 그렇다. 때문에 MB가 고집대로 배곯는 동족에게 인도적인 쌀 지원은 하지 않더라도, 통일을 위한 식량지원은 해야 한다. '땅 내주고 쌀 바꿔먹기'는 막아야 한다. 특정국 경제에 예속되는 것은 막아 줘야한다. 북한은 지금 타도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 가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게 가야 통일이 쉬워진다.
북한과 중국이 '자주 왔다갔다'하는 것을 지금 MB가 '진짜 당사자'인 신분도 잊은 채, 좋아하며 손놓고 '방관'만 하는 것은, '땅 내주고 쌀 바꿔먹기'를 '방조'하는 것이다. '땅 내주고 쌀 바꿔먹기'를 방조하는 것은 작지 않은 잘못이다. 통일로 가는 역사에 죄인으로 남을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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