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9일 오후 5시(이하 현지 시각)부터 6시 40분경까지 건군 70주년을 기념한 열병식을 녹화 중계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열병식이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30~40분 정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열병식 연설을 통해 "침략자들이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mm라도 침해하거나 희룡하여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서 부산을 피우고 있는 현 정세 하에서 인민군대는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며 "오늘의 열병식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전된 강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상을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핵무력 완성'과 같은 핵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5형 시험 발사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바 있다.
또 북한은 예년과 달리 이날 열병식을 생중계가 아닌 녹화중계로 대체했다. 열병식 시간도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 비해 1시간 정도 줄였으며 지난해 열병식에 40여 개 언론사 130여 명의 기자를 초대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외신 초대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서 화성-15형을 비롯해 화성-14형 등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공개했으며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IRBM)인 화성-12형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은 신형 전략 무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같은 행태를 두고 이번 열병식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를 깰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건군절 70주년을 기념해야 한다는 내부적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크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수준의 열병식을 준비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에서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등장했다. 북한 매체는 리설주에 대해 '리설주 여사'라는 호칭을 써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존 북한 매체들은 '리설주 동지'라는 표현을 써 왔다.
이날 주석단에는 최근 해임된 황병서의 후임으로 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이 자리했다. 또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9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내려올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주석단 뒤쪽에 서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밖에 '국가수반'이자 고위급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은 주석단 옆에 마련된 특별석에 자리했다. 또 고위급 대표단 일원인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도 열병식에 참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