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이 100억 원대 정관계 로비자금을 마련해 놓고 다각도의 로비 활동을 벌인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이 은행의 100억 원대 정관계 '로비자금 저수지'를 발견했다고 <동아일보>가 23일 보도했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이 해외자산 도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한 전체 비자금이 현재까지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전현직 직원에게 전달된 로비자금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이 공동 관리하는 비자금에서 나왔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이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 유모 씨(구속)에게 매달 현금으로 300만 원씩 모두 2억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정관계 로비를 벌인 돈이 이 공동 로비자금에서 나왔다는 것.
<노컷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직전인 지난 2월 초 한 언론사의 TV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하고 25억 원을 납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투자금 상당의 주식을 전량 회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임직원, '유령직원'인 자녀 몫으로 매달 월급 챙겨
또 구속기소된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미국에 체류 중인 아들을 은행 직원으로 등록해 매달 300만 원의 급여를 챙기는 등 도덕적 해이도 상상 이상의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회장은 아들은 최근까지 미국에 체류했으며, 이에 따라 검찰은 김 부회장이 아들을 '유령직원'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급여 명목으로 사실상 유학 경비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노컷뉴스>가 23일 보도했다.
검찰은 또 구속기소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딸도 은행 직원으로 근무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달 150만원씩 급여를 받은 박 회장의 딸은 유령직원은 아니지만 회사 내에서 뚜렷한 역할이 없어 명목상의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박 회장과 김 부회장 뿐 아니라 다른 임직원들도 친인척들에게 각종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 부회장 측은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김 부회장의 아들이 미국 뉴욕에 있는 모 호텔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것은 맞지만 유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6일 첫 공판…바른 등 거물급 변호인단에 피해자들 "누구 돈으로?"
한편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과 특혜인출 등에 대한 첫 공판이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법원은 예금주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몰려올 가능성을 염두해 피고인과 방청객 사이에 '인간띠'를 만들고, 방청인 수를 제한하는 등 관련 대책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김민영 은행장, 강성우 감사 등 4명은 법무법인 바른에 변호를 맡겼다. 법무법인 바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사건' 등 현 정부 들어 주요 사건을 맡이 주목받는 로펌이다. 지난 1월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도 이 로펌으로부터 전관예우 차원에서 7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낙마했다.
또 강성우 감사는 금감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법무법인 화우 소속의 이명수, 정현석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금감원 국장 출신의 문평기 부산2저축은행 감사는 광주일고 2년 후배로 헌법재판관 출신인 지평지성 대표 이공현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겼다. 일부 피고인들은 재판장인 염기창 부장판사를 겨냥해 염 부장판사와 동기인 서울대 법대 85학번과 사법연수원 20기 출신의 변호사들을 변호인단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피고자들의 '화려한 변호인단'에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누구 돈으로 변호인단을 확보했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김옥주 위원장은 22일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23일 아침 재판 진행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방청석 참관' 신청을 위해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대검 중수부를 찾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 300여 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26일 공판 참관 직후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철저한 수사와 정책실패에 따른 책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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