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권한대행이긴 하지만 한나라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사흘 앞둔 이날 황 원내대표가 봉하마을을 앞서 찾아간 것은 상생과 화합이라는 본인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원우 "직접 들어와보니 아방궁 맞나?"…권양숙 "저희가 맺힌 것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한 황우여 원내대표와 권양숙 여사의 만남은 권 여사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졌다. 당초 예정에는 없었지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여사님이 잠시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 잔 하셨으면 한다"고 전하면서 이뤄진 예방이었다.
양 측의 말을 종합하면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권 여사는 덕담 수준의 대화를 나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연합뉴스 |
덕담이 오간 뒤, 배석했던 민주당 백원우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처음으로 봉하마을을 찾은 한나라당 대표에게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백원우 의원은 "한나라당이 2008년 공식적으로 사저에 대해 아방궁이니 호화스럽다느니 했는데 들어와보니 실제 그렇냐"고 따져 물으며 '아방궁 발언'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백 의원은 "조현오 경찰청장 문제를 10개월이 넘도록 처리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말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돼 있음에도 시행령 미비로 지원이 없고 경호와 경비조차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적 보완을 요구했다.
권양숙 여사도 "처음 오시니 말씀 드리는데 저희들이 맺힌 게 많다"며 "대통령이 저렇게 되고 나니까 맺힌 것이 많다"고 토로했다. 권 여사는 "이 자리가 밖에서 정치인들이 보면 크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우여 "아픔과 슬픔 뛰어넘어 더 큰 하나 되자"
황우여 원내대표는 권 여사와의 접견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아주 소탈하고 서민을 사랑하였지만 불의에 대해서는 진노하는 어른이셨다"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황천모 부대변인이 전했다.
황 원내대표는 1998~1999년 15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같이 의정활동을 했던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거론하며 "그때도 아주 명확하고 분명하고 애정에 찬 의정활동을 하시면서 국민을 늘 걱정하시던 모습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에게 아픔과 슬픔이 많이 있지만 이것을 뛰어넘어서 더 큰 하나로 되는데 마음을 합하는 것이 고인 앞에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운할 일도 감정도 여전하지만 봉하마을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첫 묘역 참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진작 찾아봤어야 했는데 늦어 죄송하다"는 황 원내대표의 말에 권양숙 여사는 "처음이니까 뜻하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답했고, 문 이사장은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였던 2009년 5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봉하마을을 찾았지만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해 1주기 추도식 때는 김무성 원내대표가 추도식에 참석했지만 정몽준 대표는 조화만 보냈을 뿐이었다.
황 원내대표의 이날 봉하마을 방문에는 정희수 사무총장 권한대행, 황영철 비서실장, 안형환 대변인, 안홍준 경남도당위원장이 함께했다. '친노 진영의 성지' 김해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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