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남한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는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남한으로 넘어올 예정이다. 그런데 해당 선박의 국내 입항이 지난 2010년 5.24조치 및 남한 정부의 독자 제재에 저촉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은 4일 통지문을 통해 오는 6일 예술단 본진이 만경봉 92호를 이용하여 방남하고 예술단의 숙식 장소로 이용할 예정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우리 측은 (만경봉호의) 이용 항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대북 협의를 진행하면서 관계 기관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같은 제의는 육로를 통해 내려올 것이라는 기존 합의에서 변경된 것이다. 당초 북한은 지난달 15일 열린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판문점을 통해 예술단을 내려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북한은 남한에 보낸 통지문에서 판문점이 아닌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예술단이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랬다가 이번에는 또다시 만경봉 92호를 이용해 예술단 본진을 파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같은 북한의 말바꾸기를 정부가 모두 수용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백 대변인은 "남북 간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 협의를 통해서 결정이 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공연을 불과 3일 앞두고 예술단 본진의 이동 경로를 또다시 변경한 것은 북한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만경봉 92호가 20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선박일뿐만 아니라 선박 내부에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예술단이 별도의 숙식 장소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에 참석한 선수단 뿐만 아니라 임원진 역시 남한 언론 앞에서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북한 입장에서 예술단 일원을 남한 사회로부터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통제하기에 선박만큼 좋은 장소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5.24조치를 비롯한 정부의 독자 제재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당시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5.24조치에 따르면,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운항과 입항은 전면 금지됐다.
또 지난 2016년 3월 당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대북 독자 제재에 따르면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후 180일 이내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불허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어 같은해 12월 발표한 제재에서 정부는 기존 180일이었던 조건을 2배로 확대, 1년 내 북한을 기항한 바 있는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전면 불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해운 제재는 당시 정부가 설명한 대로 "외국 선사들이 우리나라에 취항하기 위해 북한과의 운송 계약을 기피"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목표로 이뤄졌다. 하지만 조문 그대로 해석한다면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국내 입항을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만경봉 92호는 이 제재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백 대변인은 "대북제재, 5.24조치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과 입항을 금지하고 있지만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5.24 조치에 대한 예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경봉 92호 입항이 독자 제재에 저촉되는 사항이냐는 질문에 그는 "2013년에도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5.24 조치의 예외 사업으로 인정한 바 있다"며 만경봉 92호에 대해서도 5.24조치를 포함해 정부 제재의 예외조치로 인정할 뜻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5.24조치 및 독자 제재를 유예하겠다는 법적 근거나 근거 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백 대변인은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그러한 여러 가지 것들을 검토하고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만경봉 92호가 어디에 정박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협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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