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내부 세력 다툼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원내대표 선거 패배 이후에도 당내 최대 친이계 모임이면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좌장으로 있는 '함께 내일로'는 18일 회동을 가졌지만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를 거론하며 해체를 거부했다.
친박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소장파들이 시끄럽다. 4.27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쇄신을 주장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한나라'는 전날 "이명박 정부는 보수가 아니라 '강자 논리'"라는 내용의 국정운영 비판 보고서를 냈다.
이런 가운데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6일 원내대표 선거 이후 열흘 넘도록 침묵하고 있다.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논란에 입장을 밝혔을 뿐 즐겨하던 트위터도 개점휴업 상태다. 그러나 '함께 내일로'의 이날 회동 결론은 이 장관이 정면돌파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한다.
'함께 내일로' 존속 확인…"해체하고 싶은 사람이 나가라"
한때 당내 최대 모임으로 분류됐던 친이계 모임 '함께 내일로'는 이날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조찬모임을 열고 일각에서 제기됐던 해체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나와 패배의 쓴 잔을 맛 봤던 안경률 '함께 내일로' 전 대표는 이날 "함께 내일로의 역사적 과제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우리가 '함께 내일로'를 출범시킨 것은 이명박 정부를 성공하게 하고 한나라당이 중도서민 쪽으로 가는 데 앞장서겠다는 생각에서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도 "'함께 내일로'라는 모임을 그만두자는 결정을 내린 바 없고 개인의 예측성, 추측성, 희망성 발언이 '해체선언을 한다'는 보도가 됐다"며 "'함께 내일로'는 연구모임인데 굳이 해체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분명히 했다.
심 의원은 "정 해체를 하고 싶은 사람은 '함께 내일로'에서 본인이 나가 활동하면 된다"고까지 말했다.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앞으로 (친이계 모임이) 방향도 제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께 내일로'의 이날 결정은 친이계가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의 반증이지만, 이날 모임의 참석자 수는 친이계가 처해있는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2008년 7월 만들어져 한때 70여 명의 현역 의원이 회원으로 가입했지만, 이날 정례회동의 참석자는 채 20명도 되지 않았다.
남경필 "대통령 열심히 했는데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소장파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전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던 '새로운 한나라'에 소속돼 있는 남경필 의원은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지금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보고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남 의원은 "실패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나와야 변화 방향이 나올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남 의원은 "대통령이 앞서서 열심히 했는데 그 방향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우리가 원했던 방향이었다"며 "그 방향을 바로잡고 방식에 있어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행동 양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당이 분열 없이 변화해야 하며 이재오 장관, 이상득 의원 등을 포함해 모든 분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안 했던 쇄신파나 친박계에게 한 번 기회를 줘 보자는 역할론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침묵하는 이재오…고민의 결론은?
이재오 장관은 보름 가까이 침묵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안경률 의원의 패배 이후 평소 활발히 활동하던 트위터에서도 입을 닫고 있는 것. 18일 현재 그의 트위터는 지난 6일 작성한 '지하철 단상'이 마지막이다.
이 장관은 사퇴설 등에 대해 일부 측근들이나 장관실을 통해서만 "특임장관직 사퇴 의사는 없다", "배신당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등의 얘기를 전했을 뿐이다.
이 장관이 오랜 고민을 마친 뒤 어떤 일성을 내놓을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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