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휴가철 전 상정을 밀어붙이려고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다. 일단 민주당 내부의 의견 조율도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한 '재협상'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지만, 정동영 최고위원 등 일각에선 "참여정부가 체결한 한미 FTA 원안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최고위원의 이런 주장은 민주당 내에선 소수지만, 민주당이 손 잡고 있는 다른 진보정당의 입장과 동일하다. 민주노동당 등 야권연대 파트너인 진보정당은 한-유럽연합(EU) FTA보다 한미 FTA 저지에 더 사활을 걸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내부의 이견을 무마한다 해도, 외부의 또 다른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김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맞게 될 시험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을 모은다.
황우여 "한미 FTA 비준안 처리 급하다"…'6말 7초' 전투 벌어지나?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6일 "미국이 8월 전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려는 것 같은데 (우리도) 가급적 미국과 맞는 시간에 처리하는 것이 상책"이라며 "FTA 비준안 처리는 급하다"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전투'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경필 위원장(한나라당)도 이날 "6월 말이나 7월 초에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비준안 상정 시기는) 미국 의회와 연동될 문제로 미국 상원에서 상정되는 시기가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 위원장은 "한미 FTA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몸으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 측이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에 서명할 당시에는 이익균형이 맞았으나, 재협상에서 자동차 분야 이익균형이 무너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미 FTA를 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원안도 재검토해야"…김진표 "어떤 행태로든 이익균형 맞춰야"
민주당에서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날 한미 FTA 문제를 전면적으로 들고 나왔다.
정 최고위원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편적 복지가 당의 새로운 이념이 맞다면 이와 정면 충돌하는 한미 FTA 원안에 대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김진표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87명과 함께 6월에 닥쳐올 한미 FTA 파고를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미리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임 원내대표에게 한미 FTA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는 김 원내대표의 '소신'과도 연결돼 있다. 한미 FTA에 대한 김 원내대표의 입장은 말 그대로 '중도'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취임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재재협상'을 통해 이익균형이 회복된다면 여당과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피력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권이 불리한 여건에서 서둘러 이익 균형을 현저히 무너트리는 재협상을 해 국민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사이드 레터나 부속의정서 등 어떤 형태로든 무너진 이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런 소신은 내부 뿐 아니라 밖에서도 장벽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한나라당조차 민주당이 얘기하는 전제조건, '재재협상'에 부정적이다. 설사 이익 균형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진보정당을 비롯해 야권연대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한미 FTA 원안에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영훈)은 미국노총(AFL-CIO) 관계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양국 노총이 비준 저지를 위한 공동 활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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